부동산시장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강남 3구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둔촌주공 2단지. 한경DB
부동산시장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강남 3구에 대한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둔촌주공 2단지. 한경DB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열기를 식히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인 가운데 유력한 규제 방안의 하나로 현장 합동단속과 함께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검토되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11·3 부동산 대책’을 수립하면서 주택시장 과열의 진앙지인 서울 강남권을 투기과열지구로 묶는 방안을 한 차례 검토했기 때문이다. 당시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지역·주택유형별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해 필요하면 시장 여건에 맞춰 투기과열지구 등 맞춤대책을 신축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재건축 조합원의 명의변경과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는 등 강력한 규제를 받는다. 올 들어 집값이 급등한 서울 부산 세종 강원 등의 다주택 소유자가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은?

강남3구·부산·세종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
주택법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한국감정원의 월간 가격 상승률을 기준으로 투기과열지구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주택법 시행령에서는 구체적으로 청약 경쟁률이 5 대 1을 초과하는 곳, 주택 공급이 위축될 우려가 있는 곳, 투기 및 주거불안 우려가 있는 곳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투기 및 주거불안 우려가 있는 곳 등 주관적인 요건이 많아 법령만으로 어느 지역이 지정될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김영국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면) 주택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되는데 기계적으로 어느 정도 가격이 올라야 해당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없다”며 “경제상황과 성장률, 다른 지역과의 차별성, 주택가격 확산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2000년대 초반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부산, 대구, 창원, 울산 등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가 순차적으로 해제됐다. 2011년 서울 강남권 4개 구가 마지막으로 해제된 것을 끝으로 현재 새로 지정된 곳은 없다.

◆서울 강남 3구 재지정 유력

강남3구·부산·세종 '투기과열지구' 지정 가능성
그나마 명확한 법령 기준을 가지고 따져보면 서울 강남 3구와 부산, 세종 등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이들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넘어서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대비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 수준이다.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이용한 지난해 12월 말 대비 5월 아파트값 상승률을 보면 서울은 0.8%다. 자치구별로는 종로(0.74%) 용산(1.20%) 마포(1.31%) 서대문(0.90%) 강남(0.89%) 서초(0.82%) 강동(0.72%) 등이 많이 올랐다.

지방에서는 부산이 1.25% 상승했다. 이 중 부산진구(1.32%) 남구(1.51%) 등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세종(0.94%)도 상승률이 높은 지역으로 집계됐다.

이들 지역에선 청약 경쟁률도 높다. 지난 4월 세종 소담동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는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51.63 대 1이었다. 부산에서는 부산진구 연지동 꿈에그린이 228.2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에서는 지난달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분양한 보라매 SK뷰가 27.68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시장을 달궜다. 앞서 4월에는 강동구 암사동 힐스테이트 암사가 12.25 대 1로 청약을 마쳤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최근 부동산시장 과열 원인이 재건축시장과 분양권시장인 점을 감안하면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확실한 카드”라면서도 “거래를 통제하는 방법보다는 주변 집값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