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이 상원 청문회 하루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개입 사실을 전격 폭로하면서 미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7일(현지시간) 미국 CNN,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언론은 코미 전 국장이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출석 하루 전 서면 증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마이클 플린 전 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전했다.

총 7장에 달하는 서면 증언에서 코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7일 백악관 만찬에서 “수사에서 손을 떼고 플린을 놔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또 당시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충성심이 필요하고, 충성심을 기대한다(I need loyalty, I expect loyalty)”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코미 전 국장의 증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움직임도 빨라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중단을 요구한 것이 사실이라면 사법방해죄, 매수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 탄핵소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미 정치권 반응이다.

탄핵을 지지하는 여론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최근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여론조사업체 ‘모닝 컨설트’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43%가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핵 반대 의견이 45%로 더 높았지만, 지지 응답이 일주일 만에 5% 포인트 상승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파리기후협정 탈퇴 결정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탄핵 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서에는 지난 3일 기준으로 서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이미 탄핵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앨 그린 민주당 하원의원은 6일 성명을 통해 탄핵안 발의를 준비 중이며, 곧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스캔들과 수사개입 의혹이 터지면서,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탄핵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탄핵 절차가 진행된다하더라도 실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탄핵 사유를 인정받아 결의안이 나오더라도 하원에서 과반수 찬성, 상원에서 3분의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양원에서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하원 435석 중 241석, 상원 100석 중 52석) 통과가 쉽지 않다.

앞서 클린턴 대통령과 앤드루 존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통과도 모두 상원에서 좌절됐다.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연방 대법원장 주도의 심리가 남아있다. 대법관 구성 역시 보수 성향이 우세하다는 점에서 대통령 파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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