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페이스북을 창업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군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5월25일 미국 하버드대 졸업식 연단에 섰다. 핵심 메시지는 ‘purpose(목적)’였다. 그는 한 예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방문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케네디가 빗자루를 든 청소부에게 무엇을 하고 있냐고 묻자 “저는 인간을 달에 보내는 걸 돕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는 이야기다.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큰일을 누군가와 함께 이뤄간다는 자부심이 목적 달성에 필요하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우리 조직이 왜 존재하는지 그 이유를 아는 것은 거대한 변화를 불러오는 힘이 된다. 대학생이었던 저커버그가 “전 세계 사람들이 연결된 세상을 만든다”는 목적을 갖고 매일 그 방향으로 나아가자 결국 페이스북은 전 세계 사람들을 이어주는 플랫폼이 됐다.

강력한 열망을 담은 ‘목적’은 세 가지 면에서 중요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첫째, 문화가 만들어진다.

세계 최고 정보기술(IT)기업인 애플의 사명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인간적인 도구들을 제공해 우리가 일하고, 배우고, 소통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인류를 환경오염과 자연고갈의 위기에서 구하겠다”는 핵심 가치를 강조해 왔다. 기업이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와 거대한 목적은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의욕을 고취시키고 제품과 서비스에 열광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상대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하느냐’를 보고 구매하기 때문이다.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세계 애플 스토어 앞에서 밤을 새워가며 긴 줄을 서고 테슬라의 전기차를 사기 위해 예약금을 내고 2년을 기다려도 좋다는 사람들. 이들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마치 기업의 일원인 것처럼 제품을 홍보하고 자체 생태계를 만든다. 이처럼 고무적이고 열망에 찬 목적은 내외부적으로 강력한 문화를 만드는 동력이 된다.

둘째,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고 유지할 수 있다.

1998년 스탠퍼드대에서 처음 만난 두 청년이 구글이라는 위대한 기업을 세우게 된 계기는 “세상의 정보를 조직해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목적에 끌렸기 때문이다. 누구나 정보를 접하고 지식을 갖게 되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이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이 수많은 인재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다. 그들은 기꺼이 구글과 함께하고 싶어 했다.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그 일을 진심으로 하고 싶게 만들고, 그것은 어떤 동기부여보다 위력을 발휘한다.

셋째, 경제적인 이점이 있다.

기업의 진심이 담긴 ‘목적’은 커뮤니티의 선순환 고리를 만든다. 연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1984~2002년 태어난 세대)는 삶에서 의미와 목적을 추구한다고 한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업을 지지하는 자신의 행동에 자부심을 느낀다. 최근 온라인에서 ‘오뚜기’ ‘LG’를 향한 사랑이 뜨겁다. 소비자들이 앞장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최신 제품과 선행을 알리는 ‘홍보 전도사’로 변신했다.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르고 “LG는 홍보팀이 안티”라며 제품의 장점이나 숨어 있는 미담을 찾아내 대신 전파한다. 기업의 진정성에 공감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홍보에 나선 것이다. 그 어떤 광고와도 비교할 수 없는 진정성에 고객들은 환호한다.

지금까지 기업이 목적을 세우고 실천할 때의 유익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봤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위대한 목적이 갖는 힘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헤매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나침반이 돼 줄 것이다.

안상희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