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운 드리운 카타르 경제…S&P 신용등급 강등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아랍국가의 외교 단절 여파로 카타르 경제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사우디 등 글로벌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신호 속에서 국제 신용평가사는 카타르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중동 갈등의 불똥이 글로벌 경제에도 튈 것이란 우려 속에 주변국은 사태 진화에 나섰다.

미국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7일(현지시간) 카타르 신용등급을 AA등급에서 AA-로 한 단계 내리고,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렸다. 추가 등급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S&P는 보고서에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리비아 예멘 몰디브 등 7개국이 카타르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적대행위를 비호하고 있다는 이유로 외교를 단절하고 무역과 교통 통로를 차단한 것이 카타르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S&P는 “이는 카타르의 외부 취약성을 높이고 경제성장과 재정건전성을 압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정부 부채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거나 은행 및 정부기관의 우발채무가 늘어나면 대외 조달처가 끊어질 때도 카타르의 등급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우려 속에 카타르 통화인 리얄화 가치가 1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카타르 주식시장도 외국인 매도세에 사흘 만에 9.7% 하락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인 카타르 경제가 충분히 견뎌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타르는 LNG 수출에서만 매달 27억달러 흑자를 내고 있다. 일본 한국 등 주요 수입국에도 차질없이 LNG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은 “카타르는 세계 최고 부자나라인 데다 국부펀드 규모도 3350억달러에 이른다”며 리얄화 절하 압박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각국은 단교 사태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주요 군사시설을 카타르에 주둔시킨 미국은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셰이크 타밈 카타르 군주와 전화통화를 하고 중동지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사우디와의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동지역 위기 해소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카타르 동맹국인 터키는 사우디 등의 단교 결정을 비난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카타르에 군대를 배치할 수 있는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기로 했다.

단교 조치를 단행한 아랍권 국가들도 사태 해결에 나섰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사우디 등이 이란과의 단교, 알자지라방송 축소 등 10대 요구안을 카타르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