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파 이후 유럽 모던아트의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한 블라맹크의 걸작들이 대거 서울을 찾았다. 지난 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개막한 ‘블라맹크, 작품 속에서 작가의 삶을 바라보다’전을 통해서다. 국내에서 블라맹크의 작품만 단독으로 소개하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8월2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는 블라맹크가 야수파로 활동하던 1910~1958년 독자적인 양식을 확립한 시기에 초점을 맞췄다. 폭풍이 몰려오는 바다와 한적한 농촌 마을 등을 소재로 강렬한 색채와 거친 필치로 그린 풍경화 등 원화 80여 점이 걸렸다. 블라맹크가 프랑스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가던 중요한 시기의 대표작들을 통해 그의 예술적 발자취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1930년대 제작한 ‘눈 덮인 마을’은 프랑스 파리 근교 풍경을 사실적으로 잡아내 유화의 매력을 극대화시켜주는 걸작이다. 캔버스 위에 하얀 물감과 빨간 물감을 짜서 칠해 두툼한 질감을 살려냈다. 마치 거리에 유화물감이 강물처럼 흘러가는 듯 표현해 색다른 느낌을 준다.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서민들의 치열한 삶에 주목한 작품도 선보인다. 1947년작 ‘브르타뉴 어선의 귀환’은 비교적 어두운 색감으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다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어선의 고투를 드라마틱하게 잡아냈다.
거침없는 붓질과 진득한 물감의 생생함을 전하는 대표작들도 있다. 1935년 그린 ‘양비귀 꽃’은 젊은 시절 흠모한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작품이다. 붉은 색채로 아우른 양귀비를 마치 우리의 영혼에 잠시 서식할 수 있는 ‘왕국’처럼 생생하게 채색했다.
초기 야수파적 경향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빨간 지붕’은 단순한 도형을 쌓아 복잡한 사물을 완성하는 것처럼 그렸다. 목가적이고 평화롭기만 하지만, 고달픈 삶에 찌든 사람들의 고독한 삶도 엿볼 수 있다. ‘겨울 마을의 거리’(1928~1930), ‘눈길’(1931) 등 대표작도 숨소리만 들리는 것 같은 농촌의 현실을 차별화된 색채로 되살려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예술의전당 측은 “블라맹크는 소용돌이 같은 속도감 있는 필치와 중후한 색채를 사용한 색다른 작품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관람료 어른 1만3000원.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