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규제 개혁하면 가능"
전문가들 "희망사항일 뿐" 일축
저소득층 의료비·식비 등 삭감…서민복지 후퇴에 의회도 난색
백악관 측은 “감세와 규제 개혁을 통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206개월 연속 경기확장 국면을 전제로 한 현실성 없는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미 의회는 백악관이 제출한 예산안을 토대로 내년도 예산 관련 세출·세입법을 다시 마련한다.
◆26년 만의 균형예산 가능할까
미 백악관은 23일(현지시간) 의회에 4조940억달러(약 4610조원) 규모의 2018회계연도 예산안(2017년 10월~2018년 9월)을 제출했다. 지난 3월 중순 발표한 1조2090억달러 규모 재량지출에다 의무지출 예산을 합한 예산안이다. 예산 규모는 지난해(4조620억달러)보다 320억달러(0.8%)밖에 늘지 않았다.
주목되는 부분은 연간 재정적자에 대한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여 2027년까지 흑자(16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실현된다면 2001년 이후 26년 만에 처음 흑자를 달성하게 된다.
하지만 1월 미 의회예산국(CBO)은 현행대로라면 2027년께 재정적자가 한 해 1조338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4.7%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공공부채 비중도 76.7%에서 88.9%로 높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트럼프 예산안 전망치는 59.8%다. ◆백악관 “성장 잠재력 충분”
‘트럼프표(標)’ 균형예산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예산안을 작성한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감세와 규제 완화,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2021년 이후 미국 경제가 안정적인 연 3% 성장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당시 OMB 국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톡맨은 “미국 경제가 206개월 연속 확장을 이어간다는 지극히 낙관적인 전제 아래 만든 예산안”이라며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지적했다. 1854년 미국 경기를 측정한 이후 최장 연속 확장 국면은 10년(120개월)이었다. 미 중앙은행(Fed)과 CBO도 미국의 장기 성장 전망을 연 1.8~1.9% 선으로 잡고 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OMB 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연 1%대 성장 전망은 미국과 미국 경제, 그리고 미국 문화를 평가절하하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견해”라고 반박했다. OMB 전망대로 미국 경제가 성장하면 세수가 늘어 균형예산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복지 축소안’ 의회 통과할까
미 정치권은 트럼프 행정부의 균형예산 계획보다 예산지출 삭감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의무지출 예산 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사회보장지출(한국의 국민연금 격)과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제도),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제도)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중 메디케이드 제도를 개선해 향후 10년간 관련 예산을 6160억달러 줄이겠다는 안을 내놨다. 이 밖에 △저소득층 대상 ‘보충영양 지원 프로그램(SNAP·일명 푸드 스탬프) 축소로 1930억달러 △오바마케어 폐지 2500억달러 △학자금 대출제도 개선으로 1430억달러의 예산을 절감한다는 목표다.
대신 국방비는 매년 500억달러 내외 증액해 나가고, 도로 등 인프라 개선에 10년간 2000억달러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2000억달러를 ‘마중물’로 하고 민간에서 8000억달러를 더 끌어들여 총 1조달러 투자를 실행한다는 목표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급격한 복지예산 삭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의회가 트럼프의 예산안을 대폭 손질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