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협재해변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한림읍 금능농공단지. 산업 자재와 농기계 공장이 즐비한 이곳에 수제맥주 양조장이 들어섰다. 미국 크래프트맥주 1위 업체인 ‘브루클린브루어리’와 ‘제주맥주’가 손잡고 만든 국내 최대 규모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사진)이다.

지난 19일 찾은 제주맥주 양조장에는 오는 8월 정식 가동을 앞두고 전 직원이 모여 워크숍을 하고 있었다. 문혁기 제주맥주주식회사 대표는 공장 설비를 하나씩 소개하며 직원 40여 명에게 각자의 얼굴이 그려진 일러스트레이션 액자를 선물했다. 그는 “제주맥주는 이제 막 태어난 아기와 같다”면서 “여러분의 모든 열정을 담아 함께 잘 키워가자”고 말했다.

제주맥주의 양조장은 연간 최대 2000만L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다. 외식사업을 하던 문 대표는 2009년 미국 출장길에 크래프트 맥주를 맛 본 뒤 ‘한국에서도 맛있는 맥주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브루클린브루어리는 미국에서 약 30년간 크래프트 맥주 시장을 이끌어온 1세대로 평가받는다. 아시아에 양조장을 지은 건 제주도가 처음이다.

지난 2월부터 양조장 설비를 관리하고 있는 앤드루 에티 브루클린브루어리 브루마스터는 “세계 1위의 폐수 관리 시설 업체를 통해 폐수 오염을 최소화하는 설비를 적용했다”며 “지멘스 브라우맛 솔루션으로 맥아분쇄부터 효모 배양까지 전 과정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최고의 설비로 가장 깨끗하고 맛있는 맥주를 만들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 양조장을 짓기 위해 20년 넘는 경험을 가진 맥주 전문가들이 올초부터 제주에 상주하며 시스템을 만들었다. 에티 브루마스터는 “제주는 깨끗한 물, 말린 감귤 껍질 등 최상의 재료로 가득하다”며 “세계 어디에도 없는 맥주 맛을 내기 위해 1주일에 70시간 이상씩 일하며 매일 테스트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크래프트 맥주는 술이기 전에 하나의 문화”라면서 “제주라는 작은 섬에 연간 관광객이 1500만 명이 넘는다는 것은 여행을 끝낸 사람이 각자 사는 도시로 돌아가 크래프트 맥주 문화를 퍼뜨릴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맥주 양조장은 총 3개 층으로 1층에는 생산 양조장, 2층은 양조 투어 시설, 3층은 펍 공간이 들어섰다. 문 대표는 “제주는 뛰어난 자연환경으로 유명 관광지가 됐지만 그동안 새로운 경험이 가능한 문화 공간이 부족했다”며 “제주맥주가 맥파이브루어리, 제스피 등 제주의 다른 양조장과 함께 제주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