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한국 해운사가 발주한 선박 20척 중 13척이 중국 조선소에서 지어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자국발주 물량 비중은 35%로 조선산업 경쟁국인 중국(100%), 일본(67%)보다 훨씬 낮았다. 세계적인 조선·해운 불황을 화주, 해운사, 조선사 간 협업으로 돌파하는 중국과 일본의 상생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달 15일까지 국내 해운사가 발주한 선박은 총 20척으로, 이 중 7척이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한국 해운사가 26척을 발주해 이 중 22척(84%)을 국내에서 지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들어 자국발주 물량은 더 줄어든 셈이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중국은 자국 선사가 발주한 16척을 모두 자국 안에서 건조하고 일본도 6척 중 4척을 자국에서 짓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 가장 많은 선박을 발주한 해운사는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이다. 팬오션은 올 들어 6만3000t급(DWT·재화중량톤수) 벌크선 5척을 중국 민영 조선소인 장쑤뉴양쯔강에 주문했다. 척당 가격은 2920만달러로 총 1억4600만달러(약 1600억원)로 알려졌다.

삼라마이더스(SM)그룹의 대한해운도 올 들어 선박 6척 중 4척을 중국에 발주했다. 중국 최대 조선업체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 자회사 청시조선소에 8만1200t급 벌크선 4척을 주문했다. 척당 가격은 2450만달러로 총 9800만달러(약 1100억원) 규모다. 나머지 2척은 LNG선으로 삼성중공업에 발주했다. 이 밖에 삼성물산은 1만3000t급 특수선 4척을 중국에 발주했다.

해운업계에선 벌크선의 경우 국내 조선업체들이 잘 취급하지 않는 제품인 데다 가격도 국내보다 10~20%가량 저렴해 중국으로의 발주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인건비가 비싼 국내 조선소에 발주하면 글로벌 화주로부터 운임 계약을 따낼 수 없다”며 “국내 조선사도 가스선이나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면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선업계에선 중국과 일본에 비해 조선·해운 간 상생 정책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국내 화주의 국적 선사 이용률은 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반면 일본은 화주의 자국 선사 이용률이 60%에 달하고 중국은 정부가 노후선박 폐선 비용 지원 등 노골적으로 자국 조선업계를 돕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구조조정으로 국내 중소형 조선사가 대부분 사라진 상태여서 해운업계의 발주를 받아줄 기업이 없는 것도 문제”라며 “정부가 조선·해운의 망가진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