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기계는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돼 이달 증권시장에 데뷔했다. 현대건설기계의 등장은 투자자들에게 희소식이다. 오랜 기간 침체돼 있던 건설장비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건설장비 시장 올해 9% 성장”

영국의 건설장비업 전문 정보업체인 오프하이웨이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건설장비 시장은 판매량을 기준으로 2012년부터 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시장이 1% 성장하면서 판매량 감소세가 멈췄다. 오프하이웨이리서치는 올해 건설장비 시장이 지난해보다 9%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설장비 수요가 회복되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노후설비를 교체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점이다. 2006~2011년에 건설장비가 대량으로 팔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시기 판매된 설비들을 교체하려는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더욱이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규제에 맞는 새로운 건설장비를 사려는 수요는 더욱 늘었다.

두 번째는 원자재 시장의 회복이다. 원자재 시장은 건설장비 수요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건설장비는 주택과 토목공사뿐 아니라 원자재를 채굴할 때도 사용된다. 또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자원을 보유한 중동지역과 아시아 국가들이 풍부해진 자금을 바탕으로 인프라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원자재 가격 반등은 건설장비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다.

세 번째는 주요 국가들의 인프라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정책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 가능성은 건설장비 구매자들의 장비 구매 욕구를 자극할 전망이다.

◆해외법인 연결대상 제외 오히려 ‘호재’

일부 투자자들은 현대건설기계가 중국과 북미지역 판매 비중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현대건설기계 매출에서 중국과 북미가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경쟁사에 비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중국과 북미지역은 지난해 기준 세계 건설장비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다. 글로벌 건설장비 시장이 성장해도 현대건설기계가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근거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과도하다. 건설장비 수요 회복은 중국과 북미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기계의 주력 시장인 중동 인도 아프리카 지역 역시 건설장비 수요가 견고하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국가들의 인프라 투자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한 뒤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현대건설기계의 올 1분기 별도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영업이익은 16% 증가했다.

현대건설기계의 해외법인이 기업분할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오히려 재무제표 차원에서는 해외 생산법인이 연결 회계에서 제외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아직 해외 생산법인은 자본 규모에 비해 이익 규모가 크지 않아 본사의 실적에 기여할 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외법인을 연결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현대건설기계의 자본 규모가 투자자들의 예상보다 작아졌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자본 규모가 작을수록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또 해외 생산법인은 회계상 자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현대건설기계가 해외법인으로 판매하는 반제품은 매출로 인식된다. 현대건설기계는 해외법인을 재무제표 연결 대상에서 분리하면서 자본 규모는 줄고 수익성은 높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분산투자 차원에서도 매력적인 대안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도 현대건설기계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다. 현재 국내에 상장된 건설기계 생산업체는 총 3곳이다. 현대건설기계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이다.

현대건설기계를 제외한 나머지 두 개 회사는 두산이라는 기업집단에 함께 소속돼 있는 데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을 연결종속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이익 대부분이 두산밥캣에서 창출된다. 두 회사 모두 북미지역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신흥시장에 강점을 보이는 건설기계업체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에게는 현대건설기계가 매력적인 투자 대안이다.

한영수 < 삼성증권 책임연구원 han.youngsoo@sams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