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 부총리
이준식 부총리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발표한 지난 12일 저녁 대통령 비서실로 임종석 실장을 찾는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 주인공은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었다. 이 부총리는 ‘사표를 수리해 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바른 교과서’라고 부르며 나름의 소신을 펼친 자신에게 폐지 임무까지 맡기는 건 가혹하지 않으냐는 항의의 의미였다.

요즘 교육부 관료들은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앞날 걱정이다. 한 고위 관료는 “박근혜 정부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국정 교과서를 강행했으니 낙인효과가 꽤 오래갈 것 같다”고 했다. 폐지 발표는 교육부에 형식상의 통보조차 없이 단행됐다. 교육부는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구분을 국·검정 혼용 체제에서 검정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재수정 고시를 지난 16일 냈다. 이영 차관의 전결로 처리됐다. 이 부총리는 국무회의 요건을 갖추기 위한 ‘거수기’ 역할이 필요해 사표가 수리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지난 15일 스승의 날 행사 때도 교육부 관료들은 ‘대통령의 냉대’를 절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매년 대통령이 참석한 터라 행사 직전까지 청와대로부터의 소식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 시간 문 대통령은 서울 은정초를 방문해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었다.

뒤숭숭한 분위기지만 교육부 공무원들은 4년6개월여 만의 ‘관료 차관’ 배출설(說)에 희망을 걸고 있다. 교육부 출신 장관은 지금껏 한 명(서남수 전 장관)뿐이다. 차관조차 박근혜 정부 시절엔 단 한 명도 내지 못했다. 주요 후보로는 서울교육청 부교육감을 끝으로 교육부를 떠난 박백범 성남고 교장, 문 캠프에 참여한 엄상현 전 경남교육청 부교육감 등이 꼽힌다.

교육부 내 ‘여성 1호’ 경력을 달고 산 박춘란 서울교육청 부교육감이 ‘다크호스’로 거론된다. 이 부총리는 “교육부 OB(전직)까지 포함해 두루 후보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