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간은 지구 파괴자이면서 구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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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에이지 / 다이앤 애커먼 지음 /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468쪽│1만8800원
“아뇨, 우리는 이미 인류세(人類世)를 살고 있단 말입니다.”
2000년 멕시코에서 열린 지구환경 관련 국제회의에서 네덜란드 출신 기후과학자 파울 J 크뤼천은 이렇게 말했다. 크뤼천은 199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다. 그는 토론을 주재하던 의장이 “현재 우리는 홀로세(약 1만 년 전 시작된 신생대 4기의 마지막 연대)에 살고 있다”고 거듭 말하자 이렇게 대꾸했다. 인류가 지구 전체를 바꿀 정도로 강력한 존재가 된 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지질시대의 명칭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얘기였다.
인류세(Anthropocene)는 인류를 뜻하는 ‘anthropo-’에 지질시대의 한 단위인 세(世)를 뜻하는 ‘-cene’을 결합해 만든 용어다. 국제지질학연맹 산하 국제층서위원회는 2010년 무렵부터 30여 명의 과학자들로 ‘인류세 워킹그룹’을 구성해 연구한 결과 지난해 8월 인류세를 홀로세 다음의 새로운 ‘세’로 인정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휴먼 에이지》는 바로 이 ‘인류세’를 다룬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이 지구 위를 걸어다닌 지는 20만 년쯤 됐다. 인간은 불과 도구, 언어를 사용하며 자연을 압도하기 시작했고, 개체수도 눈부시게 늘어났다. 기원전 1000년께 100만 명이던 지구의 인구는 기원후 1000년에는 3억 명, 1500년에는 5억 명으로 늘었다. 오늘날 지구에는 70억 명이 살고 있는데 지금껏 지구에 가장 많이 존재했던 대형 동물종보다 100배는 많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인류는 기술, 화석연료 사용, 농업혁명, 인구 증가, 도시화 등으로 지구를 쥐락펴락하는 유일한 존재가 됐다. 강을 막고 물줄기를 돌렸으며, 기후와 생물종, 우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난화를 비롯한 지구적 혼란도 초래했다.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불과 200년 만에 3분의 1이 증가했다.
그렇다고 인간이 지구를 망가뜨리기만 하는 존재는 아니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미래학자들의 비관적 전망과는 달리 자연과 인공, 생명과 기계, 보존과 개발을 대립적인 것으로만 인식해서는 인류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인류세라는 용어를 기후변화나 생물다양성 파괴 등과 관련한 부정적 맥락에서만 보지 않고 지구의 다른 미래를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을 통해 희망을 발견한다. 멸종위기종의 DNA를 냉동 방주와 북극의 지하 저장고로 실어나를 생물학자, 해조류와 조개를 길러 폭풍과 해일을 막는 바다 농부, 삭막한 도시의 벽면과 지붕을 녹색 식물로 덮는 식물학자 등이 그들이다. 로봇공학, 나노기술, 3차원(3D) 프린팅, 후성유전학, 미생물학 등 첨단 과학기술이 불러올 미래의 변화도 살펴본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2000년 멕시코에서 열린 지구환경 관련 국제회의에서 네덜란드 출신 기후과학자 파울 J 크뤼천은 이렇게 말했다. 크뤼천은 199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다. 그는 토론을 주재하던 의장이 “현재 우리는 홀로세(약 1만 년 전 시작된 신생대 4기의 마지막 연대)에 살고 있다”고 거듭 말하자 이렇게 대꾸했다. 인류가 지구 전체를 바꿀 정도로 강력한 존재가 된 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지질시대의 명칭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얘기였다.
인류세(Anthropocene)는 인류를 뜻하는 ‘anthropo-’에 지질시대의 한 단위인 세(世)를 뜻하는 ‘-cene’을 결합해 만든 용어다. 국제지질학연맹 산하 국제층서위원회는 2010년 무렵부터 30여 명의 과학자들로 ‘인류세 워킹그룹’을 구성해 연구한 결과 지난해 8월 인류세를 홀로세 다음의 새로운 ‘세’로 인정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휴먼 에이지》는 바로 이 ‘인류세’를 다룬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이 지구 위를 걸어다닌 지는 20만 년쯤 됐다. 인간은 불과 도구, 언어를 사용하며 자연을 압도하기 시작했고, 개체수도 눈부시게 늘어났다. 기원전 1000년께 100만 명이던 지구의 인구는 기원후 1000년에는 3억 명, 1500년에는 5억 명으로 늘었다. 오늘날 지구에는 70억 명이 살고 있는데 지금껏 지구에 가장 많이 존재했던 대형 동물종보다 100배는 많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인류는 기술, 화석연료 사용, 농업혁명, 인구 증가, 도시화 등으로 지구를 쥐락펴락하는 유일한 존재가 됐다. 강을 막고 물줄기를 돌렸으며, 기후와 생물종, 우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난화를 비롯한 지구적 혼란도 초래했다.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불과 200년 만에 3분의 1이 증가했다.
그렇다고 인간이 지구를 망가뜨리기만 하는 존재는 아니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미래학자들의 비관적 전망과는 달리 자연과 인공, 생명과 기계, 보존과 개발을 대립적인 것으로만 인식해서는 인류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인류세라는 용어를 기후변화나 생물다양성 파괴 등과 관련한 부정적 맥락에서만 보지 않고 지구의 다른 미래를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을 통해 희망을 발견한다. 멸종위기종의 DNA를 냉동 방주와 북극의 지하 저장고로 실어나를 생물학자, 해조류와 조개를 길러 폭풍과 해일을 막는 바다 농부, 삭막한 도시의 벽면과 지붕을 녹색 식물로 덮는 식물학자 등이 그들이다. 로봇공학, 나노기술, 3차원(3D) 프린팅, 후성유전학, 미생물학 등 첨단 과학기술이 불러올 미래의 변화도 살펴본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