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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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의 시선이 180도 바뀌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최근 방한한 삭티 시바 크레디트스위스(CS) 아시아태평양 이머징마켓 수석전략가(사진)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에 오기 전 미국과 유럽에서 투자자들을 만났는데 삼성전자만 찾던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시장 전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올해 말 2550선에 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바 수석전략가는 신흥국 증시를 정확하게 분석·예측하는 것으로 글로벌 금융계에서 유명하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학·석사 학위를 받은 뒤 스위스 금융기업 UBS 수석전략가로 일하다가 크레디트스위스로 옮겼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그의 보고서를 빠짐없이 챙겨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는 한국 증시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금융·정유·철강주들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상장사의 이익이 다른 국가 기업에 비해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시바 수석전략가는 “올해 한국 상장사들의 주당순이익(EPS·순이익/주식수) 증가율은 37.1%로 중국(16.5%) 인도(16.3%) 일본(13.3%) 대만(11.4%) 등 아시아 주요국의 두 배를 웃돌 것”이라며 “독보적인 실적 개선을 앞세워 외국계 자금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익 증가 추세만 감안해도 코스피지수가 연말까지 10% 더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코스피지수가 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뒤 숨 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조정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주변 국가에 비해 워낙 단기 급등한 탓에 조정받는 것일 뿐”이라며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다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증시가 기업 실적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주가 상승 속도가 기업 이익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바 수석전략가는 “지난 10년간 MSCI코리아지수는 MSCI아시아지수(일본 제외)에 비해 평균 12%가량 저평가돼 있었다”며 “최근에는 한국 증시의 할인 폭이 22%까지 커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글로벌 투자자가 한국 증시에 투자를 검토할 때 비교대상으로 삼는 일본보다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했다. 시바 수석전략가는 한국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순이익/자기자본)이 일본 기업에 비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에 따르면 2014년 12월 이후 한국 기업의 ROE는 7.9배에서 9.3배(2017년 5월)로 높아졌지만 일본은 8.5배에서 8배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한국 상장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은 1.10배 수준으로 일본(1.37배)보다 25%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시바 수석전략가는 “엔화 약세가 가속화되지 않는 한 한국 증시의 매력이 더 높다”며 올해 한국은 비중 확대(buy), 일본에 대해선 비중 축소(sell)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올해도 한국 증시에서 정보기술(IT)·정유·화학·소재 업종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내수주로의 ‘순환매’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수출 기업의 이익은 계속 늘고 있는 반면 내수 업종의 이익 개선은 가시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그는 “45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삼성전자를 높게 평가한다”며 “실적이 턴어라운드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현대모비스와 LG생활건강 등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돋보이는 종목들도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큰 종목으로 꼽았다.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도 나타냈다. 새 정부 출범 후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돼 주주권리가 강화되고 기업의 배당성향(총배당금/당기순이익)이 높아지면 주가 상승 탄력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올해 한국 증시의 상승세는 기업 실적 개선 덕분”이라며 “지배구조 개편으로 디스카운트(할인) 요인이 줄어들면 장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는 계속될 것으로 판단했다. 시바 수석전략가는 “전 세계 경기가 골고루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만수/홍윤정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