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쉽지 않은 저탄소 경제…인프라 키우는게 첫 걸음
미세먼지와 황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나들이 가기 좋은 봄가을에 외출을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병원에는 호흡기 환자가 늘고 있다. 새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들을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하고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폐쇄하기로 했다.

세계적으로는 탄소 배출로 인한 온난화와 이로 인한 기후변화가 인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해결책으로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가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경제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은 더디기만 하다. 왜 그럴까.

영국 서섹스대 서섹스에너지그룹(SEG)의 전문가들이 함께 쓴 《에너지의 미래》는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짚고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에너지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올 방법을 모색한다.

저자들은 저탄소 기술의 발전이 더딘 이유로 산업화된 경제가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시스템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에너지시스템은 자본 집약적이고 수명이 길며 특정 연료만 사용 가능하다. 화석연료 발전소는 수명이 통상 40년 이상으로 일단 건설되면 저탄소연료 사용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중앙 집중형 에너지 공급도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막는다. 거대한 발전소가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에너지를 공급한다. 각 가정은 어떤 에너지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권이 거의 없다.

저자들은 “에너지 시스템은 한 개인이나 국가가 바꾸긴 힘들고 전 세계적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에너지산업은 공급자, 사용자, 인프라가 연결된 네트워크 경제를 이루고 있다. 저자들은 “에너지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의 진입을 배제하고 현재의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수백 년간 인류는 목재에서 석탄으로, 석탄에서 석유로 바뀌는 에너지시스템의 전환을 겪었다. 이런 전환은 과학적 발견에서부터 시장에 최적화되기까지 거미줄같이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 진전됐다. 저자들은 태양광, 풍력, 바이오 연료 등 특정한 기술을 대안으로 꼽지 않는다. 그 대신 “다양한 대체 에너지들이 사용되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조성해 탄소 에너지에 대한 고착 현상이 완화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