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가 한다고 해서 이것저것 다 해보는 연구개발(R&D)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과감히 버릴 것은 버리고 진짜 잘할 수 있는 기술 분야에 집중해야 합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교통 분야 R&D 사업기관인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김병수 원장(사진)의 말이다. 2002년 한국건설기술평가원으로 출발해 2013년 이름을 바꾼 국토진흥원은 국토교통 분야 연구과제 선정과 예산 집행, 평가·인증 업무를 전담하는 국토부의 ‘R&D 사업 전진기지’다.

오는 24~2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국토교통기술대전을 여는 김 원장을 17일 경기 안양시 관양동 국토진흥원에서 만났다. 올해 4회째를 맞는 국토교통기술대전은 도시, 건축, 도로, 수자원, 철도, 물류, 항공 등 국토교통 분야 R&D 성과와 첨단 신기술을 선보이는 국토부의 주요 연례행사다. 올해는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해수담수화 제로에너지빌딩 등 국토부의 7대 신산업 관련 첨단 신기술과 출퇴근용 미니 항공기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잔치’를 앞두고 있는 김 원장은 행사 소개보다 국내 R&D 시스템의 개편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원장은 “바닷물을 먹는 물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기술은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수준에 와 있어 국가 차원의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야”라며 “이처럼 가능성과 시장성이 있는 ‘선도형 기술’에 집중해야지, 이미 중국이 장악한 드론(무인항공기) 제조 같은 ‘추격형 기술’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드론산업과 관련해 김 원장은 제조 기술이 아닌 응용 분야에 집중하고, 이를 위해서는 서울 등 대도시 인근에서의 비행 금지 규제 등을 하루빨리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D 예산 부족도 호소했다. 올해 국토교통 분야 R&D 예산은 4738억원이다. 김 원장은 “작년보다는 국토교통 R&D 예산이 6.3% 늘긴 했지만 정부의 전체 R&D 예산 중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불과하다”며 “국민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몇 달이 멀다하고 신기술이 나오는 분야임을 감안하면 국토교통 분야 R&D 예산은 7000억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 석사, 한양대에서 도시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행정고시(26회)로 공직에 입문해 교통부, 건설교통부, 국토해양부에서 도시정책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