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4일 신형 중장거리 미사일 ‘화성-12’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15일 발표했다. 미사일 조립 현장을 방문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오른쪽 세 번째)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4일 신형 중장거리 미사일 ‘화성-12’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15일 발표했다. 미사일 조립 현장을 방문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오른쪽 세 번째)의 모습. 연합뉴스
북한은 15일 관영매체를 통해 “지난 14일 쏜 발사체가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이라고 발표했다. 상승고도와 비행거리로 미뤄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한 단계 아래인 IRBM이라고 몸을 낮춘 것이다. ‘핵실험과 ICBM은 금지한다’는 미국의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지 않으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대형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게 됐고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뒀다”는 점을 강조했다. “레드라인을 지키라”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미국에 대한 위협 강도를 높여 향후 있을 수 있는 북·미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 미국 레드라인 지키며 ICBM급 기술 과시…협상 주도권 노리나
◆북한의 의도와 목표는

북한은 그동안 미사일 발사 때마다 두 가지 원칙을 지켰다. 실패할 때는 침묵하고 성공하면 반드시 관영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알린다는 게 첫째 원칙이다. 그리고 미사일 성공의 의미를 과대포장했다. 작년 6월22일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한 다음날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전 세계가 이번 미사일의 능력을 바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게 단적인 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신형 지대지 중장거리 미사일 ‘화성-12’의 발사 모습을 15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신형 지대지 중장거리 미사일 ‘화성-12’의 발사 모습을 15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이번에도 첫 번째 원칙은 들어맞았다. 바로 다음날 “처음 개발한 미사일인 ‘화성-12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최대 2111.5㎞의 고도로 787㎞를 날아갔다는 정보까지 담았다. 이 정도면 사거리가 4000~5000㎞인 신형 IRBM이라는 분석과 ICBM(5500㎞ 이상)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기계학부 교수는 “탄도미사일 사거리는 탄두 중량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번에 쏜 미사일에 500㎏의 탄두를 장착하면 사거리가 5500∼6500㎞에 달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도 북한은 ICBM보다 사거리가 짧은 IRBM(2500~5500㎞)이라고 했다.

북한이 ICBM을 언급하지 못한 것은 미국의 레드라인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으로선 미사일로 위기감을 고조시키면서도 항상 미국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놔야 하기 때문에 미국이 정한 선을 넘기 힘들 것”이라며 “그러면서도 협상 주도권은 놓치지 않기 위해 새로운 미사일 기술을 알리며 미국을 위협하려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ICBM 기술 보유했나

단순히 미사일 사거리만 늘린다고 ICBM을 쏠 수 있는 게 아니다. 미사일 앞에 장착하는 핵탄두 성능을 높이면서 무게는 줄여야 한다. 통상 탄도미사일 실험은 1단 추진체로만 하는데 2단 추진체와 3단 추진체도 안정적으로 분리돼야 한다. 탄도미사일이 대기권 밖에 나갔다 대기권 안으로 재진입할 때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하는 기술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북한은 이런 기술을 모두 보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시험발사는 위력이 강한 대형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새로운 IRBM의 기술적 제원과 특성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어 “가혹한 재돌입(재진입) 환경 속에서 조종 전투부의 말기유도 특성과 핵탄두 폭발체계의 동작 정확성을 확증하였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북한의 ICBM 기술이 완벽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미사일의 기술적 특성과 엔진의 신뢰성 등에 대해선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ICBM 기술이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라며 “북한은 앞으로도 주변 정세와 관계없이 핵과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도 미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과 공조해 상황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설/이미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