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미국 뱅크론펀드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유럽 뱅크론펀드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 현재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는 3개월 만기 유리보(Euro libor·유럽은행 간 대출금리) 금리가 바닥을 찍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데다 한국 금리가 유럽보다 높아 환헤지(환위험 회피) 과정에서도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돼서다.
◆양적완화 축소 기대감에 관심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토러스투자증권이 기관과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유럽 뱅크론사모펀드 사전 수요 조사에서 200억원 안팎의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 뱅크론펀드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익률은 기본적으로 3개월 만기 유리보 금리에 4~4.5% 안팎의 가산금리(신용스프레드)를 더해 결정된다. 현재 유리보 금리는 마이너스지만 일반 투자자에게는 0.4%의 플러스 금리를 적용해 주고 있다.

최근까지 재테크 시장의 ‘히트상품’은 미국 뱅크론펀드였다. 작년 초부터 지난 10일까지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과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 펀드에만 1조1032억원이 들어왔다. 이들 펀드의 지난해 수익률은 각각 13.19%와 7.37%에 달했다. 하지만 연초 이후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과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은 각각 1.11%와 0.12%의 수익을 내는 데 그쳤다. 미국 뱅크론펀드의 수익률은 3개월 만기 리보 금리(Libor·런던 은행 간 대출 금리)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0.5% 정도였던 리보금리는 올해 초 1%를 넘기는 등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이후 오름세가 주춤해지면서 1.1% 정도에 머물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계획이 대부분 반영되면서다.

달러 자산을 원화 환율에 고정시키는 환헤지 상품의 수익률은 더욱 낮아졌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높았던 지난해 초엔 원화로 환헤지를 할 경우 연 0.5%포인트 안팎의 추가 수익을 올렸지만 현재는 투자금의 0.9%포인트를 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

◆유럽 뱅크론 ‘두 마리 토끼’ 잡나

채권 전문가들은 유럽 뱅크론펀드가 미국 뱅크론펀드와 달리 금리 상승과 환헤지로 인한 차익을 모두 기대해볼 만하다고 설명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를 중단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리보 금리도 상승세를 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유럽 금리가 한국보다 낮아 환헤지를 할 때도 유리하다. 현재 금리 수준에서 연 1% 안팎의 추가 수익이 기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연 7% 이상의 목표수익률을 제시했다.

송왕열 토러스투자증권 법인금융본부장은 “지난달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6.7로 2011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경기 회복으로 뱅크론 부도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고위험 채권’에서 ‘중위험 채권’의 성격이 커져 투자 안정성도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 뱅크론펀드

bank loan fund. 금융회사가 기업에 대출한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수익률도 함께 오르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 매력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