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은 내가 벗을게요”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오찬을 하기 전 청와대 직원이 양복 상의를 받으려 하자 “괜찮다”며 스스로 옷을 벗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옷은 내가 벗을게요”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오찬을 하기 전 청와대 직원이 양복 상의를 받으려 하자 “괜찮다”며 스스로 옷을 벗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자, 김치~.”

문재인 대통령 취임 둘째 날인 11일 아침.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출근길에 나선 문 대통령이 인근에서 기다리던 주민·지지자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주호영 대통령 경호실장이 시민의 카메라를 들고 사진사로 나서는 등 격의 없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색 벤츠 방탄차량을 타고 청와대로 곧장 출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자택 인근에서 문 대통령을 보기 위해 기다리던 20여명의 시민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직접 차에서 내려 주민들에게 “건강하시죠”라며 안부를 물었다. 또 주민들의 손을 잡으며 “불편하셨죠”라고 인사했다. ‘셀카’ 요청에도 응했다.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서는 “잘 찍으시네요”라며 친근한 말을 건넸다. 70대로 보이는 노인이 문 대통령을 향해 절을 하려고 하자 “아이코”라며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경호팀에 “주민들 앞에서 너무 뻣뻣하게 있지 말라”고 지시를 내렸다. 경호원들은 문 대통령 주위에서 머무는 정도로 경호했다. 몰려드는 시민들을 엄격하게 통제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3분 정도 주민들과 인사하고 다시 차량에 올라탔다.

주민들은 “역시 국민 대통령이다” “너무 멋있으시다”라며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한 주민은 “평소에 겸손하고 인자한 모습을 존경해 오늘 그림자라도 보기 위해 왔는데 직접 얼굴을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국회에서 약식 취임식을 한 뒤에도 탈권위적인 모습으로 시민들과 스킨십을 했다.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차량으로 천천히 움직이면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타고 있던 차의 선루프로 상반신을 내밀어 시민들에게 인사하기도 했다. 대통령을 태운 차가 속도를 낮추며 움직인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관저 공사가 1~2일 내로 마무리되면 대통령이 관저로 이사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인 열린 청와대, 낮은 경호를 실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