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를 94% 차단한다는 마스크를 써봤다. 뛰기는커녕 걸어가며 숨쉬기도 쉽지 않았다. 동료 변호사는 고심 끝에 최근 인기라는 중국 S사 공기청정기를 사무실에 놓았다.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수단이 중국산 공기청정기라니,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를 쓰고, 공기청정기를 방마다 놓고, 외출을 삼가는 것만이 방책인지 답답하다. 더 체계적으로 대처할 방안은 없을까.
우리가 사용하는 공기질 기준이 국제 기준과 다르다는 사실을 최근 알았다. 우리는 지름 10㎛(마이크로미터·1㎛=1000분의 1㎜) 이하 미세먼지인 PM10 농도가 80㎍/㎥를 밑돌 때 ‘보통’이라 한다. 그 위부터 150㎍/㎥까지를 ‘나쁨’으로 분류한다. 이에 비해 세계보건기구(WHO)는 50㎍/㎥ 이상만 돼도 나쁨으로 본다. 국제적으로는 ‘나쁜 공기’를 우리는 보통이라 여기고 산 셈이다. 국내 공기질이 매일 나쁜 것으로 나타나 큰 혼란에 빠질 것을 우려해 완화된 기준을 적용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짧은 생각이지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측정 설비를 늘려 촘촘하고 정확하게 전국 공기질을 재고, 오염원을 명확히 밝혀 국민과 기업이 문제에 대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싱가포르처럼 저소득층에 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제공하는 방안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나 노약자 등 취약계층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에는 적극적으로 정화 장비를 설치하도록 지원하고, 일부는 설치를 의무화해야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환경 피해 관련 법제도도 개정해야 한다. 현행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환경오염 피해를 ‘시설의 설치, 운영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으로 정의한다. 실질적인 대책이 되기엔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 국내에서 생긴 미세먼지 외에 중국에서 발생해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미세먼지는 중국 정부와 협조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60년 한국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세먼지는 미래에 국민 건강을 위협할 ‘예정된 위험’이다. 사전에 체계적으로 대비책을 세워 노력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원석 <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wonseok.ko@leek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