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외교 및 안보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말했다. 대선 유세 과정에서 공약으로 밝힌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검증과 위안부 소녀상 등 민감한 사안은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외교·안보와 관련해 다소 강경한 노선을 보인 ‘대선 후보자 문재인’과 ‘대통령 문재인’은 다르다는 인식을 대내외에 각인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안보 위기도 서둘러 해결하겠다”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갈 것이며,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가능한 한 빨리 정상회담을 하고, 나아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도 만날 의향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아울러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며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미주의자’란 꼬리표를 떼어내고, 한·미동맹 노선은 변화가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어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및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주 국방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북핵 문제를 해결할 토대도 마련하고, 동북아 평화 구조를 정착시켜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한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문 대통령은 외교 및 안보와 관련해 기존의 이념 중심적 사고방식 대신 실용주의 노선을 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 모두와 사실상 냉각 관계에 빠진 외교 상황을 직시하고 있는 것 같다”며 “대선후보 시절보다 상당히 유화적인 자세”라고 전했다.

다만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북한의 철저한 고립을 원하는 미국과 일본, 북한의 우방인 중국 측과 부딪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이란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비핵화 이전 핵동결부터 해야 한다”는 ‘단계적 비핵화’ 방식을 내놨다. 또 ‘한반도 프라이카우프(이산가족 전체상봉)’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인도적 대북지원도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가능성이 남아 있고,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기 때문에 남북 간 교류 재개는 조속히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자주 국방력 강화가 주한미군과 맞물려 어떻게 전개될지도 눈여겨볼 사항이다. 문 대통령은 ‘유능한 안보와 강한 대한민국’을 구호로 북핵 대응 핵심전력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조기 구축화,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의 임기 내 전환 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