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가 장남, 경영권 강화…차남은 율촌화학 지분 매입
농심가(家) 2세들이 각자 경영하고 있는 회사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다. 계열분리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동원 농심 부회장과 장남 상렬씨는 지난 4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주식 30만1500주(지분율 6.5%)를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사들였다. 매수 가격은 주당 10만8000원으로 326억원어치다.

같은 날 신동윤 부회장과 아들 시열씨는 농심홀딩스로부터 율촌화학 주식 207만8300주(8.3%)를 매입했다. 주당 1만3300원으로 총 276억여원 규모다. 농심홀딩스 보유 지분을 팔고 율촌화학 주식을 사들인 셈이다.

신동원 부회장과 신동윤 부회장은 농심그룹 창업주인 신춘호 회장의 쌍둥이 장남과 차남으로, 각각 농심과 율촌화학 경영을 맡고 있다. 삼남인 신동익 부회장은 메가마트를 이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을 계기로 농심가가 계열분리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각자 물려받은 회사의 경영권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신동원 부회장은 이번 지분 매입으로 농심홀딩스 지분율을 36.9%에서 42.9%로 6%포인트 끌어올렸다. 농심홀딩스가 농심의 최대주주(지분율 32.72%)인 만큼 신동원 부회장은 농심홀딩스를 통해 농심을 경영할 수 있다.

신동윤 부회장도 이번 지분 매입을 통해 율촌화학 지분율을 13.9%로 확대해 신춘호 회장(지분율 13.5%)을 누르고 농심홀딩스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농심홀딩스는 율촌화학 최대주주 자리는 유지하고 있지만, 이번에 지분 8.4%가량을 신동윤 부회장 등에게 팔면서 지분율이 40.3%에서 31.9%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신동윤 부회장이 추후 농심홀딩스 보유 지분(13.1%)을 추가 매각한 뒤 이 돈으로 농심홀딩스가 보유한 율촌화학 주식을 사들이는 식으로 지분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심그룹 측은 “각 회사의 책임경영 차원에서 지분을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