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는 밥과 어울려" 인식에 1975년부터 6개 제품 실패
카레 요리같은 제품 승부
1970~1980년대 국내 식품시장은 거대한 ‘라면 실험실’이라고 할 만큼 많은 상품이 나왔다. 짜파게티, 냉면, 우유라면, 된장라면, 왈순마, 영라면, 치킨탕면, 느타리라면, 까만소, 너구리, 신라면, 사리곰탕면, 안성탕면 등이 이때 등장했다. 반짝 인기를 끌다 사라진 제품도 있고 지금까지 잘 팔리는 제품도 있다.
이 중 라면 회사들의 애를 태우는 제품이 카레라면이다. 업계에선 ‘될듯 될듯 잘 안되는 게 카레’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국내 최초의 카레라면은 삼양식품이 내놨다. 1971년 나온 카레라면이다. 이어 농심이 1975년 이와 비슷한 카레면을 내놨다. 당시 ‘건강 라면’으로 내세웠지만 카레 자체가 생소한 메뉴인 데다 국물이 적은 라면이어서 소비자에게 외면당했다. 농심의 두 번째 도전은 10년 뒤에 내놓은 ‘카레게티’. 스파게티처럼 비벼 먹는 제품이었다. 이후 용기에 담긴 카레범벅(1988년), 국물이 많은 카레라면(1999년), 레토르트 면 제품인 카레면(2006년), 둥지쌀국수카레(2009년) 등을 꾸준히 내놨지만 모두 시장에서 사라졌다. 현재 카레라면을 팔고 있는 회사는 오뚜기뿐이다. 하지만 이 제품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농심은 마지막 카레 제품인 둥지쌀국수카레가 단종된 지 4년 만에 카레라이스 쌀면을 내놨다. 건강에 관심이 커지고, 비빔면 볶음면 등 국물 없는 라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 다시 내놓을 만한 여건이 됐다고 판단했다.
카레라면이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두 가지 원인을 찾아 해결했다는 게 농심 측 설명이다. 카레는 밥과 어울린다는 일반적 인식을 감안해 쌀로 면을 만들었다. 이름도 카레라이스 쌀면이다. 면은 튀기지 않고 바람으로 건조한 쌀 80%의 건강면으로 쫄깃한 식감을 살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 ‘카레=요리’라는 소비자 생각에 맞도록 양을 크게 늘렸다. 큼직한 감자와 고기 고명, 식감을 잘 살린 야채 건더기 등 기존 제품에 비해 카레 분말스프와 건더기가 2배 이상 들어간 게 특징이다. 농심 관계자는 “1980년대와 달리 카레에 익숙한 소비자가 늘고, 강황 성분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카레 라면에 재도전하게 됐다”며 “저온진공 상태에서 건조해 재료의 영양은 살리고 맛과 향을 끌어올리는 공법을 써 한 끼 식사로 충분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