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본격적인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실탄(현금)’을 넉넉하게 갖고 있는 상장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 회복기를 맞아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신사업 진출이나 마케팅 확대 등을 통해 몸집을 불려 나가면서 주가도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올해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있는 193곳 중 절반 이상인 109개사의 현금성자산(작년 말 기준 현금 및 단기금융자산)이 전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현금성자산이 두 배 이상 많아진 기업 중 올해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회사는 20개사다.

화장품업체인 코스맥스는 2015년 말 171억원이던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683억원으로 네 배가량으로 급증했다. 2014년부터 매년 실적이 꾸준히 좋아진 덕분에 현금성자산 보유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보다 34.9% 증가한 710억원이다. 네이버(현금성자산 증가율 112.2%) LG디스플레이(107.4%) 한화(141.9%) 등 대형주와 한솔케미칼(214.1%) SKC(172.5%) 이수화학(131.5%) KPX케미칼(108.8%) 등 화학업체, 한국가스공사(250.3%) 삼천리(105.9%) 등 도시가스 회사들도 현금성자산을 많이 늘렸다.

현금성자산이 많으면 경기가 살아나는 시점에 맞춰 시설 투자를 늘리거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설 여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 대상을 고를 때는 현금 보유 규모와 함께 실적 개선 추세, 부채비율, 현금흐름 추이 등을 두루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