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EU에 권고 내렸지만 네덜란드 "123억 소급 불가"
이번 관세 분쟁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미국 일본 대만 등은 디지털복합기에 관세를 부과하는 유럽연합(EU)이 정보기술협정(ITA)을 위반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1997년 발효된 ITA는 반도체, 컴퓨터 하드웨어, 통신장비 등 정보기술(IT) 품목 관세를 철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ITA에도 불구하고 유독 EU 국가들은 디지털복합기에 아날로그 복사기와 같은 6%의 관세를 매겼다. 디지털복합기도 복사 기능을 갖고 있는 만큼 아날로그 복사기와 달리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미국 등은 “디지털복합기는 엄연히 컴퓨터에 접속해 사용하는 IT 제품”이라며 “EU가 ITA 품목 분류를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3년 뒤인 2011년 WTO는 미국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EU에 시정 권고를 내렸다. EU는 그해 6월 디지털복합기 관세를 철폐했다. EU에 디지털복합기를 수출하는 삼성전자 등 한국 전자업계도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
삼성전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2011년 이전에 납부한 관세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관세청에 관세 환급을 요구하는 것은 EU에 수출하는 디지털복합기가 대부분 네덜란드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덜란드 관세청은 “소급 적용은 불가하다”며 2011년 이전에 물린 관세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환급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삼성전자와 네덜란드 관세청이 5년 넘게 공방을 벌이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한국 대사관과 관세청, 기획재정부 등을 통해 물밑 접촉을 시도했지만 네덜란드 관세청의 완강한 태도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