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 완연해진 봄 날씨에도 불구하고 중국 관광객들은 거의 없다.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 완연해진 봄 날씨에도 불구하고 중국 관광객들은 거의 없다.
[ 조아라 기자 ]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불거진 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현저히 줄면서 대학가 상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이화여대 앞이 대표적이다.

지난 27일 정오께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 완연한 봄 날씨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사드 갈등 이전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수십 명씩 무리 지어 정문 주변에서 사진 촬영을 하곤 했지만 이날은 썰렁했다. 이대 정문 경비원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었다. 예전같지 않다"고 전했다.

이대는 대학 입구 벽면의 배꽃 문양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게 관광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을 만큼 중국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이화'의 중국어 발음이 돈이 불어난다는 뜻의 '리파' 발음과 같아 이곳을 찾는 중국인들이 많았다. 중국 관광객들이 너도 나도 배꽃 문양 부조를 붙잡고 사진을 찍는 통에 학교 측이 전면 보수할 정도였다.
지난 27일 한적해 보이는 이화캠퍼스센터(ECC).
지난 27일 한적해 보이는 이화캠퍼스센터(ECC).
이화캠퍼스센터(ECC) 또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대형 지하 캠퍼스 내 열람실부터 헬스센터, 영화관에 이르기까지 학생 생활을 지원하는 다양한 시설이 밀집된 공간이다.

최근 중간고사를 치른 이화여대 4학년 박지원 씨는 "예전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 (시험 공부에) 방해 받는 느낌이 없었다"고 말했다. 과거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학생들이 공부를 못하겠다는 원성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날 ECC는 대체로 한산했다.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주변 상가 상인들은 울상이다. 이대역부터 경의선 신촌역에 이르는 이대 상권은 6~7년 전부터 중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삼았다.

중국의 한국 여행 금지 조치로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의 월별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입국한 중국인은 37만8503명으로 전월 대비 38.4% 줄었다. 사드 보복 조치 영향으로 보인다. 상인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이대 앞에서 10년 이상 양말 등 잡화를 팔고 있는 상인 김모 씨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최근 한 주 사이에는 더 줄어서 월세 내기도 빠듯하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7일 한적해 보이는 이대 인근 상가. 사드 갈등 이후 중국 관광객들이 줄면서 한산한 모습이다.
지난 27일 한적해 보이는 이대 인근 상가. 사드 갈등 이후 중국 관광객들이 줄면서 한산한 모습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로 만원을 이뤘던 경의선 신촌역 앞 공영주차장도 상황은 같았다. 주차장 직원은 "예전에는 하루에 60대씩 관광버스가 왔지만 20여 대로 줄었다. 관광버스 전용 주차공간을 승용차에도 내주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다음달 '장미 대선'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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