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석유 개발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석유·가스 시추기가 11개월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1차 ‘셰일오일 붐’(2011~2014년) 이후 3년 만에 2차 셰일 붐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 여파는 국제원유시장을 강타했다. 작년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로 오름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WTI 기준)는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일각에선 국제 유가 결정권이 미국으로 넘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유가 상승을 예상하고 사업 구조조정 계획을 잡은 국내 조선·건설업체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22일(현지시간) 원유정보업체 베이커 휴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동 중인 석유·가스 시추기는 857개로 지난해 5월(404개)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미국 내 시추기 수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2014년 9월 1931개까지 늘었다.

최근 시추기 증가 속도에 대해 미국에선 셰일혁명 ‘제2의 물결(second wave)’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불황기를 거치면서 셰일오일 개발사들이 기술 혁신과 구조조정에 성공한 결과라는 것이다. 황진구 롯데케미칼 미국법인 부사장은 “배럴당 65달러 안팎이던 셰일오일 평균 생산단가가 지금은 배럴당 40달러 선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 2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산 원유는 1.09달러(2.2%) 떨어진 49.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9일 이후 한 달 반 만에 50달러 선이 붕괴됐다. 저유가는 국내 정유·화학사에 유리할 수 있지만 고유가를 기대하던 조선·건설사에는 악재다.

휴스턴=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