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도’ 마크롱 > 중도신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선후보가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투케에 있는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투케AP연합뉴스
< ‘중도’ 마크롱 > 중도신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선후보가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투케에 있는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투케AP연합뉴스
프랑스 대통령을 뽑는 투표가 23일 오전 8시(현지시간) 프랑스 전역 6만7000여개 투표소에서 시작됐다. 이번 대선은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국민투표에서 가결돼 관련 협상이 본격 진행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뒤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거세게 부는 등 국제 경제질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것이다.

투표를 사흘 앞둔 지난 20일 저녁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경찰관을 상대로 한 총격 테러까지 발생하면서 막판 표심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정부의 재무건전성, 공공부문 고용, 미국 보호주의에 대한 대응, 높은 실업률과 테러 대응책, 이민자 수용 문제 등을 이번 대선의 주요 이슈로 짚었다.

공식 선거운동을 마감한 21일까지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2주 뒤인 다음달 7일 결선 투표가 치러질 예정이다.
< ‘극우’ 르펜 >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선후보가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북서부 에냉보몽의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에냉보몽AFP연합뉴스
< ‘극우’ 르펜 >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선후보가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북서부 에냉보몽의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에냉보몽AFP연합뉴스
◆지지율 격차 5%포인트 미만…4강 구도

1~2위권과 3~4위권 지지율 격차가 3~5%포인트밖에 나지 않아 선두주자 4명 중 누가 결선에 진출할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론조사기관 BVA에 따르면 투표 직전까지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은 부동층은 29%에 달했다. 이들의 표를 막판에 누가 끌어오느냐가 승패를 가를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선 중도신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23~25%가량 지지율로 1위를 달렸다. 마크롱 후보는 강한 유럽연합(EU) 건설과 기업 규제 완화, 공무원 12만명 감축, 문화적 다양성 포용 등을 기치로 내걸었다. 2위는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다. 22~24% 수준의 지지율로 마크롱을 근소한 격차로 뒤쫓았다. 르펜 후보는 EU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이민자 대폭 축소 또는 잠정 수용 중단, 반(反)이슬람, 프랑스 우선주의, 보호무역장벽 건설 등을 공약했다.

중도우파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급진좌파 진영인 프랑스 앵수미즈의 장뤼크 멜랑숑 후보가 3~4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다. 사회당과 함께 프랑스의 양당 체제를 이끌어온 공화당 대선 후보인 피용이 멜랑숑을 조금 앞섰다. 피용 후보는 친(親)기업 정책과 EU 체제에 찬성한다는 데 마크롱과 비슷한 점이 있지만 동성결혼에 반대하고 사회문화적으로 우파 보수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가족을 의원 보좌관으로 허위 채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지지율이 급락했지만 막판 회복세를 탔다.

멜랑숑 후보는 EU 체제와 자유무역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극우인 르펜과 통한다. 하지만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대폭 강화하고 주당 근로시간을 감축하고 외국인 노동자 차별을 금지하는 등 좌파 성향이 뚜렷하다.

◆프렉시트… EU 균열에 촉각

선거일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극좌 진영의 멜랑숑 후보가 약진하면서 백중세의 4강 구도가 만들어졌다. 1~4위가 오차 범위에서 접전을 벌였고, 결선 투표에서 탈락한 두 후보 지지자의 민심이 어디로 쏠리느냐에 따라 승리가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우나 극좌 후보의 당선 가능성도 낮지 않다. 이들 극우나 극좌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도 프랑스 대선 결과에 세계 이목이 쏠리는 이유로 꼽힌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투표소 주변에 5만명의 경찰을 배치했다. 주요 인사의 동선에 따라 경찰 특수부대와 저격수를 배치하는 등 테러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