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업체 바이넥스의 이혁종 대표 "삼성 등 대기업도 우리에게 생산 맡기죠"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는 국내 벤처기업이라면 바이넥스를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넥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전문기업(CMO)이다. 제조시설이 없는 연구개발(R&D) 기반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바이넥스에 의약품 생산을 맡긴다.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를 개발하는 에이프로젠, 지속형 치료 신약을 개발하는 제넥신 등이 바이넥스의 주요 고객이다.

이혁종 바이넥스 대표(사진)는 23일 “현재 거래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 기업은 40여개사에 이른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대기업과도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넥스는 순천당제약이 전신이다.

바이넥스가 바이오 회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인천 송도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KBCC) 위탁 운영을 맡으면서다. 바이넥스는 KBCC의 1000L 규모 동물세포배양시스템 설비를 통해 CMO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전체 매출의 25% 정도가 CMO 사업에서 나온다.

바이넥스는 CMO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2015년 한화케미칼 오송 공장을 인수했다. 이 공장은 5000L 규모 세포배양 설비를 갖추고 있다. 에이프로젠이 개발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의 일본 판매 제품을 이곳에서 생산한다. 이 대표는 “바이넥스의 동물세포 배양 시설은 수율이 높을 뿐 아니라 글로벌 기준을 갖추고 있다”며 “소규모 생산에 유리하고 생산 제품을 빨리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4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지만 에이프로젠의 바이오시밀러가 올 상반기 안에 일본에서 판매허가를 획득하면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했다.

바이넥스는 생산 인프라와 기술력 덕에 해외 기업의 러브콜을 받았다. 일본 1위 복제약(제네릭) 기업인 니치이코제약은 2013년 340억원(지분율 12.61%)을 투자해 바이넥스의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해외 임상시험 등에 현금이 필요하던 니치이코제약은 2년 뒤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퉁팡캉타이산업그룹이 2110억원(지분율 29.0%)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칭화대가 지분 100%를 소유한 지주회사 칭화홀딩스 산하 칭화퉁팡그룹의 계열 그룹이다. 칭화퉁팡그룹은 칭화홀딩스 전체 자산의 60%를 차지하는 그룹으로 바이오 사업을 하고 있다.

바이넥스가 해외에 넘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대표는 “바이오 사업은 투자금만 몇 조원이 필요하다”며 “최대주주나 오너 등이 중심이 되는 전통적인 경영의 의미가 크지 않다”고 했다. 이어 “칭화그룹이 대주주이지만 경영권에 대한 변화가 없다”며 “장벽이 높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쉬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장기적으로 칭화대 연구진과 함께 중국에서 신약 개발을 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으로 칭화그룹이 투자를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칭화그룹과 중국 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투자가 당초보다 늦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칭화그룹과는 긴밀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바이넥스 CMO 사업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KBCC 위탁 운영은 2019년으로 만료된다. 이 대표는 “200억원 규모로 추가 투자를 해온 상황”이라며 “운영 연장이나 시설 인수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송도=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