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개척' 승부수 던진 채종진 비씨카드 사장 "인도네시아 진출 발판…카드 한류 전파하겠다"
채종진 비씨카드 사장(사진)이 취임 첫 승부수로 해외 진출을 내세웠다. 포화상태에 빠진 국내 시장에선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해외 진출의 베이스캠프는 인구가 2억5000만명이 넘는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를 발판으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로 진출하며 ‘카드 한류’를 전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본격 사업

채 사장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씨카드가 지난해 3월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진행 중인 신용카드 프로세싱 시스템 구축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며 “이르면 오는 6월에는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비씨카드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다른 동남아 국가로의 진출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채 사장은 2015년 6월부터 비씨카드 부사장을 지내다 지난달 30일 사장으로 승진했다.

비씨카드는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해 인도네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만디리은행과 손잡았다. 만디리은행은 약 23만개의 카드 가맹점과 2500여개에 달하는 지점망을 갖고 있다.

두 회사는 2015년 카드결제시장 진출을 위한 합작사 ‘미뜨라 뜨란작시 인도네시아(MTI)’를 설립했다. 만디리은행이 카드 발급 업무를 담당하고 비씨카드가 승인, 매입, 정산, 청구 단계로 이어지는 프로세싱 업무와 단말기 인프라 구축을 맡는 구조다. 비씨카드는 33만개에 달하는 만다리은행의 결제단말기에 통합결제 시스템을 제공할 계획이다.

비씨카드가 인도네시아를 해외 진출 거점으로 삼은 이유는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인도네시아 직불·신용카드시장 연평균 성장률이 각각 21%와 17%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드결제액(직불·신용카드)은 2016년 44조원 수준에서 올해 53조원, 2020년에는 88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외 카드 기술 표준화 주도”

비씨카드는 인도네시아의 열악한 카드 인프라를 선진화한다는 계획이다. 2014년 인도네시아의 가계지출에서 카드 사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7.3%로 한국(75.7%)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20~30대를 중심으로 카드나 모바일결제 수단을 사용하려는 수요는 늘고 있지만 관련 인프라 구축은 더딘 편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밴(VAN)사가 없어 카드사와 가맹점이 직접 제휴계약을 맺기 때문에 카드 사용이 불편하다”며 “가맹점이 5개 카드사와 제휴를 맺으면 5개의 카드단말기를 점포에 비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비씨카드는 MTI를 통해 비씨카드 시스템을 바탕으로 밴 기능을 포함한 신용카드 시스템 구축, 카드 부가서비스 등의 마케팅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비씨카드는 인도네시아를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중동 이슬람 국가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채 사장은 이를 위해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비씨카드는 프로세싱, 플랫폼사업자로서 다양한 고객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강력한 중립적 위치의 사업자가 돼야 한다”며 “회사 본업인 프로세싱 등에서 기술 지배력을 확고히 해 국내외 카드 기술 표준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금융 시대가 열리면서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결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며 “더욱 편리한 결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핀테크 기술 개발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해외 신시장 개척에도 힘쓸 생각”이라고 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