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19일 오후 9시21분

[단독] 카카오 "코스피행"…코스닥서 떠난다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서비스업체인 카카오가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한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전 상장에 나서기로 하고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셀트리온에 이어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위인 카카오는 2010년 출시한 카카오톡 서비스의 성공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을 거듭했다. 2014년 10월 인터넷 포털 2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하면서 코스닥시장에 우회 상장했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5조9049억원이다.

카카오가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코스닥시장보다는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과 기관의 비중이 늘어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2008년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긴 경쟁사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25조6120억원에 달한다.

카카오가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하면 시가총액 40위권에 들어간다. 19일 주가 기준으로는 46위(시가총액 5조9049억원)로 GS, 현대건설, CJ 등보다 순위가 높다.

카카오는 유가증권시장에서도 대형주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이전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매출 1조4642억원, 영업이익 1161억원을 올리며 유가증권시장 주요 상장사에 뒤지지 않는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코스닥에 자리를 잡은 건 우회상장을 위한 합병 대상이었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당시 코스닥 상장사였기 때문”이라며 “지금 상장을 추진한다면 당연히 유가증권시장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주관사를 선정해 상장 계획을 확정하는 대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코스닥 상장폐지 안건을 처리할 방침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3위였던 동서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긴 데 이어 카카오까지 떠나면 코스닥시장 전반의 저평가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코스닥 대장주가 줄어드는 만큼 투자자의 관심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대표 기업들의 이탈이 잦아지면 유가증권시장과 양립하는 기술·성장주 특화 시장으로서의 역할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미국 증시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주요 기업을 유치하며 전통산업 중심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경쟁하고 있다.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도 나스닥 상장사다. 코스닥시장 관계자는 “큰 기업들이 빠져나가고 중소기업만 남으면 ‘유가증권시장의 2중대’란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카카오 측은 이전 상장 추진 여부를 묻는 질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태호/정영효/이고운/서기열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