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다 같이 돈 냈지만 '현안·시기' 감안해 삼성·롯데만 뇌물죄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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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기소
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등 18개 혐의
592억원 요구해 368억원 수수…재단 출연 타기업은 '강요피해자'
롯데, 출연금은 문제삼지 않고 추가 기부만 뇌물공여 적용
향후 치열한 법리공방 예고
법조계 "검찰, 자의적 법리 적용…일부 기업만 뇌물죄로 판단"
박 전 대통령 '제3자 뇌물죄' 적용 부분도
최순실과 공모관계 입증해야 가능
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등 18개 혐의
592억원 요구해 368억원 수수…재단 출연 타기업은 '강요피해자'
롯데, 출연금은 문제삼지 않고 추가 기부만 뇌물공여 적용
향후 치열한 법리공방 예고
법조계 "검찰, 자의적 법리 적용…일부 기업만 뇌물죄로 판단"
박 전 대통령 '제3자 뇌물죄' 적용 부분도
최순실과 공모관계 입증해야 가능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정경유착’의 뿌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있다고 판단했다. 현안이 있는 기업들을 박 전 대통령이 돕고 이를 대가로 뇌물을 수수하거나 최순실 씨가 뇌물을 챙기도록 도왔다는 게 검찰의 기소 내용이다.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들어줬지만 기업 현안과 명확한 관련이 없으면 ‘강요피해자’, 정황상 기업 현안과 연결이 가능하면 ‘뇌물공여자’로 검찰은 봤다.
◆朴의 ‘대기업 만남’ 뇌물수수의 연속
특수본이 17일 박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18개 혐의로 기소하면서 롯데를 뇌물공여자로 추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의 면세점 허가 문제 등 현안과 재단 기부금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는 게 검찰 논리다. SK그룹에 지원을 요구한 89억원은 뇌물 요구액으로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의 ‘대기업 만남’을 사실상 대부분 뇌물을 위한 행동의 연속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렇게 늘어난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액은 592억원이다.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출연한 70억원, SK그룹에 지원을 요구한 89억원이 포함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이 중 368억원을 수수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는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 △최씨가 설립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여원 △최씨 딸 정유라 씨에게 삼성이 승마 지원 명목으로 지급한 77억여원 △롯데그룹이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K스포츠재단에 추가 기부한 70억원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삼성과 롯데에만 뇌물공여죄를 적용했다. 다른 기업은 현안이 있어도 ‘강요피해자’라고 봤다. 전후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검찰은 뇌물을 요구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무혐의로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실무자급에서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 외 30억원 지급 논의를 한 적은 있지만 의결기구에 상정하지 않아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함께 수사 대상에 올랐던 CJ는 별다른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고 검찰 관계자는 덧붙였다.
‘강요와 뇌물’을 가른 기준은 기업 현안과 재단에 기부금을 낼 때 시기 일치 등이라는 게 검찰의 이야기다. 법정 싸움을 위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조정수석 수첩 등 정황 증거도 중요 기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롯데에 대해서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부족하다는 게 검찰 안팎의 전언이다. 검찰은 롯데의 재단 출연금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하남 체육시설을 위해 추가 기부한 것만 뇌물공여로 봤다. 향후 치열한 법적 논쟁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법조계에서도 ‘기업 현안을 검찰이 묶으면 뇌물죄가 되고 묶지 않으면 기업이 강요피해자가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검찰의 자의적 법리 적용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뇌물죄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 예고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면서 뇌물수수와 제3자 뇌물수수를 구분했다. 정씨에게 삼성이 승마 지원 명목으로 제공하기로 한 213억원이 뇌물수수죄의 요구액으로 적시됐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관련이나 미르·K스포츠재단에 관련한 뇌물 요구액은 모두 제3자 뇌물수수죄로 검찰은 봤다.
뇌물수수죄는 직무에 대한 부당한 대가를 자신이 직접 얻어야 한다. 제3자 뇌물수수죄는 자신이 직접 받지 않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도록 하거나 요구·약속할 때 적용한다. ‘대가성’과 ‘부정한 청탁’이 모두 입증돼야 하는 뇌물수수죄와 달리 제3자 뇌물수수죄는 부정한 청탁이 증명되면 처벌이 가능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정한 청탁’은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특정 직무 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당사자 사이의 공통 인식이 필수다. 기업들이 최씨 개인을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내고,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인식했다는 점을 검찰이 법정에서 입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의 생각을 증명’해야 하는 세기의 재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부정한 청탁이 밝혀지더라도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공모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나눴다는 증거가 필수다. 앞서 특검은 최씨의 의상비, 박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 구입 자금 등을 근거로 공모관계를 주장했다.
검찰은 뇌물죄 구형을 하면서 추징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돈을 받진 않아 추징을 구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관련 법에 따라 기업들이 낸 기금 744억원을 환수할 가능성은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朴의 ‘대기업 만남’ 뇌물수수의 연속
특수본이 17일 박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18개 혐의로 기소하면서 롯데를 뇌물공여자로 추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의 면세점 허가 문제 등 현안과 재단 기부금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는 게 검찰 논리다. SK그룹에 지원을 요구한 89억원은 뇌물 요구액으로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의 ‘대기업 만남’을 사실상 대부분 뇌물을 위한 행동의 연속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렇게 늘어난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액은 592억원이다.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출연한 70억원, SK그룹에 지원을 요구한 89억원이 포함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이 중 368억원을 수수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는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 △최씨가 설립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여원 △최씨 딸 정유라 씨에게 삼성이 승마 지원 명목으로 지급한 77억여원 △롯데그룹이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K스포츠재단에 추가 기부한 70억원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삼성과 롯데에만 뇌물공여죄를 적용했다. 다른 기업은 현안이 있어도 ‘강요피해자’라고 봤다. 전후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검찰은 뇌물을 요구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무혐의로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실무자급에서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 외 30억원 지급 논의를 한 적은 있지만 의결기구에 상정하지 않아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함께 수사 대상에 올랐던 CJ는 별다른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고 검찰 관계자는 덧붙였다.
‘강요와 뇌물’을 가른 기준은 기업 현안과 재단에 기부금을 낼 때 시기 일치 등이라는 게 검찰의 이야기다. 법정 싸움을 위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조정수석 수첩 등 정황 증거도 중요 기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롯데에 대해서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부족하다는 게 검찰 안팎의 전언이다. 검찰은 롯데의 재단 출연금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하남 체육시설을 위해 추가 기부한 것만 뇌물공여로 봤다. 향후 치열한 법적 논쟁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법조계에서도 ‘기업 현안을 검찰이 묶으면 뇌물죄가 되고 묶지 않으면 기업이 강요피해자가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검찰의 자의적 법리 적용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뇌물죄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 예고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면서 뇌물수수와 제3자 뇌물수수를 구분했다. 정씨에게 삼성이 승마 지원 명목으로 제공하기로 한 213억원이 뇌물수수죄의 요구액으로 적시됐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관련이나 미르·K스포츠재단에 관련한 뇌물 요구액은 모두 제3자 뇌물수수죄로 검찰은 봤다.
뇌물수수죄는 직무에 대한 부당한 대가를 자신이 직접 얻어야 한다. 제3자 뇌물수수죄는 자신이 직접 받지 않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도록 하거나 요구·약속할 때 적용한다. ‘대가성’과 ‘부정한 청탁’이 모두 입증돼야 하는 뇌물수수죄와 달리 제3자 뇌물수수죄는 부정한 청탁이 증명되면 처벌이 가능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정한 청탁’은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특정 직무 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당사자 사이의 공통 인식이 필수다. 기업들이 최씨 개인을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내고,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인식했다는 점을 검찰이 법정에서 입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의 생각을 증명’해야 하는 세기의 재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부정한 청탁이 밝혀지더라도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공모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나눴다는 증거가 필수다. 앞서 특검은 최씨의 의상비, 박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 구입 자금 등을 근거로 공모관계를 주장했다.
검찰은 뇌물죄 구형을 하면서 추징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돈을 받진 않아 추징을 구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관련 법에 따라 기업들이 낸 기금 744억원을 환수할 가능성은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