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자산 축소가 예상보다 일찍 시작돼 점진적인 속도로 이뤄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가 자산 축소 규모와 시점 등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Fed의 자산 축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를 통해 매입한 미국 국채와 주택담보대출저당증권(MBS) 만기가 돌아오면 이전처럼 이를 재매입하지 않고 시장에 매각하는 것을 뜻한다. Fed가 보유한 국채와 MBS 등 자산은 4조5000억달러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한다. WSJ는 미국 경제가 강해지고 있고, 위기 재발 시 필요한 정책수단을 미리 확보하려고 Fed가 자산 축소를 서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에서는 Fed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연말까지 기다리지 않고 하반기부터 자산 축소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WSJ는 자산 축소를 시작하는 시점이 빨라지더라도 진행 속도는 느릴 것으로 예상했다.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와 MBS를 전량 매각하지 않고 일부만 단계적으로 재투자를 중단한다는 전망이다. 테이퍼텐트럼(긴축발작)의 부작용을 피하려는 의도다. 골드만삭스는 Fed가 보유자산을 현재의 절반 이하인 2조달러로 축소할 전망이지만 좀 더 높은 수준의 예치금을 원하면 2조9000억달러 안팎으로 줄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