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 최대 실적 뒤엔 든든한 '신차장'
30대 직장인 김병준 씨는 최근 할부 대신 롯데렌탈의 신차 장기렌터카 상품을 이용해 르노삼성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QM6를 구입했다. 차값 3140만원의 3분의 1(1047만원)만 선수금을 내고 월 렌트료를 32만원씩 내는 조건이었다. 할부로 차를 구입하는 것과 비교해 훨씬 유리했다. 우선 월 렌트료는 연 금리 5.5%인 할부조건과 비슷했다. 그러면서도 3년 뒤 차량을 인수할 때까지 들어가는 총비용은 3896만원에 그쳐 할부(4257만원)보다 300만원 이상 더 쌌다. 또 빌려 타는 3년 동안은 보험료나 자동차세를 낼 필요가 없고 엔진오일 등 소모품 교환과 차량 정비도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전기차·LPG 신차도 렌터카로

기업이나 정부 부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장기렌터카가 경제성과 편리성 등을 앞세워 개인 부문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개인 장기렌터카는 15인승 이하 전 차종을 신차를 살 때처럼 모델, 색상, 옵션까지 모두 선택해 1년에서 5년까지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계약이 끝날 때 타던 차량을 인수하거나 반납할 수도 있다. 렌터카업체들은 시장 확대에 따라 할부보다 월 대여료가 싼 상품은 물론 주행거리에 따라 렌트료를 줄여주는 주행거리 선택형 상품, 전기차·액화석유가스(LPG) 장기렌터카 등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국내 렌터카 시장 ‘빅3’인 롯데렌탈, SK렌터카, AJ렌터카의 성장세도 개인 장기렌터카 사업 확장 정도에 따라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 각 사가 운영하는 렌터카 중 개인 장기렌터카 비율은 롯데렌탈이 32%, SK렌터카 84%, AJ렌터카가 19% 수준이다. 업력이 긴 롯데렌탈과 AJ렌터카는 법인 장기렌터카 비율이 높고, SK렌터카는 개인 위주로 사업을 하다가 최근 사업 안정성을 위해 법인을 늘려가는 추세다.

업계 부동의 1위 롯데렌탈은 법인 장기렌터카 시장에 현대캐피탈, 삼성카드 등 금융사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되자 2012년께부터 개인 장기렌터카 시장을 선도적으로 넓혀 왔다. 이 회사의 개인 장기렌터카 수는 2012년 말 7611대에서 지난해 말 3만5652대로 4년 만에 4.7배로 불어났다. 전체 렌터카 수도 같은 기간 7만2681대에서 지난해 말 16만1127대로 두 배 넘게 늘었다.

SK렌터카는 개인 장기렌터카 사업에 본격 뛰어든 2014년만 해도 연말 3만2923대로 보유대수 기준 4위였지만 2015년 말에는 5만412대로 3위에 올랐다. 지난해 말 7만대를 넘어선 데 이어 올 2월 말에는 7만5581대로 AJ렌터카(7만4149대)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반면 업계 2위였던 AJ렌터카는 2012년 말 4만6741대에서 지난해 말 7만3716대로 1.6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AJ렌터카는 지난해 말 개인 장기렌터카 영업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사업 확대 의지를 다지고 있다.

◆법인보다 개인이 수익성 높아

각 업체의 실적도 개인 장기렌터카 사업 진척 속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매출 1조5356억원을 거뒀다. 2015년 대비 19.3% 늘어난 것이다. 영업이익도 18.6% 증가한 1117억원에 달했다. SK렌터카도 순이익이 2015년 229억원에서 지난해 293억원으로 27.9% 늘었다. 반면 AJ렌터카는 지난해 매출은 2.5% 증가한 6476억원을 올렸지만 순이익은 2015년 171억원에서 60.2% 급감한 68억원에 그쳤다.

출장이나 여행 등에서 쓰는 단기렌터카에 비해 계약 기간이 긴 장기렌터카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기렌터카에서 개인과 법인의 차이는 ‘소매’와 ‘도매’의 차이와 비슷하다. 법인은 똑같은 차를 동일한 조건에 여러 대를 경매 방식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대부분 대여료에서 업체 선정이 갈린다.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손해를 보고 입찰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개인은 맞춤형 차량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가격은 법인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