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하늘나는 '돌고래' A380 희귀한 목욕 장면 눈앞서 보니
모처럼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었던 지난 12일 오전 7시. 인천국제공항 여객청사에서 차로 6~7km 떨어진 대한항공 격납고 앞 주기장에 도착하니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A380 한 대가 서 있다.

길이 72m, 높이 24m로 현존하는 가장 큰 비행기인 A380은 2층 구조에 400개가 넘는 좌석을 보유하고 있다. 큰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돌고래(별명도 '비만 돌고래')처럼 귀여운 얼굴을 한 A380은 이날 봄을 맞아 일년에 두차례 있는 목욕(동체 세척) 시간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 스무명 전문 인력 달라붙어 묵은 때 싹싹

7시가 조금 넘자 대형 리프트카 2대와 중형 리프트카 3대, 스카이리프트 1대, 물차 2대, 스무명의 인력이 총 출동해 본격적인 세척에 들어갔다.

우선 물차와 연결한 스카이리프트가 수직으로 26m까지 올라가 A380 얼굴과 몸을 향해 30여분간 사정없이 물을 뿌렸다.

물로 시원하게 1차 세척을 한 후에는 꼼꼼한 손길로 무장한 전문 인력이 투입됐다. 십여명의 인력은 막대 걸레를 가지고 A380 얼굴과 몸 부위에 각각 달라붙어 묵은 때를 깨끗이 벗겨냈다.

비행기 세척은 기종마다 유의사항이 다르고 센서 등 민감한 장치를 보호해야하는만큼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A380의 경우 동체 가장 윗쪽까지 세척을 하려면 아파트 5층 높이 이상으로 올라가야 해 위험한 작업이기도 하다. 그만큼 전문성과 숙련된 기술을 갖춰야 한다.

이날 세척 작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멀리서 볼 때는 잘 모르지만 실제 올라가보면 굉장히 높아 조심해서 닦아야 한다"며 "특히 동체 밑부분 '드레인마스트' 쪽은 오염이 잘 되는 곳이어서 더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드레인마스트는 갤리(주방)에서 쓰고 버린 물이나 커피, 쥬스 등을 배출하는 곳으로 비행기 동체에서 가장 더러워지기 쉬운 곳 중 하나다.

◆ 동체 세척만 4시간…건조 작업도 중요

동체에 물을 뿌리고 때를 밀고 하는 과정을 세 차례 반복하니 어느 덧 세 시간이 훌쩍 지났다.

비행기 세척은 크게 엔진과 동체로 나뉘는데, 엔진은 대부분 기계로 하기 때문에 1시간 안에 끝난다. 수작업이 필요한 동체는 4시간 이상 걸리고 일부는 이틀에 걸쳐 이루어지기도 한다.

엔진 내부를 세척하면 공기 흐름이 원활해지고 공기 압축 효율도 좋아져 연료 사용량과 배기가스가 줄어든다. 연료 효율성은 0.25% 개선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120톤 정도 줄어드는 효과를 보게 된다.

동체 세척은 비행기를 타는 승객들에게 깨끗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중요하다. 대한항공은 보유하고 있는 기종에 대해 일년에 두 번 전체 세척을 하는 외에도 약품만을 써서 수시로 건세척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엔진 세척은 일년에 한번이지만 배출가스 저감을 위해 횟수를 늘리는 걸 검토 중"이라며 "동체의 경우 중간중간 필요한 때마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 세척을 끝낸 A380에는 다시 열명 남짓한 인력이 달라붙어 마른 걸레로 일일히 닦아줬다. 물기를 제대로 닦아내지 않으면 얼룩이 지기 때문에 전체 세척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덩치 큰 A380은 이날 목욕 후 닦는 과정만 무려 1시간이 걸렸다.

물기를 말끔히 제거하고 난 뒤에는 상처 방지 등을 위해 바퀴에 씌워놓은 천과 센서에 감아놓은 테이프를 제거했다. 정비사들이 마무리 점검을 하자 드디어 4시간에 걸친 A380 세척이 완전히 끝났다.

이날 목욕 재개한 A380은 오후 1시 영국 런던으로 출발하기 위해 토잉카에 끌려 활주로로 이동했다. 말끔해진 얼굴 만큼이나 승객들을 태우고 하늘 높이 날아오를 것이다. 좋겠다 '비만 돌고래'. 봄맞이 목욕도 하고 런던도 가니, 부럽다.



인천= 취재 권민경/
사진·동영상 최혁, 문승호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