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3주차로 접어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 생활 적응에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3일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 식사를 거의 못하고 있다. 검찰의 강도 높은 방문조사가 하루 걸러 이뤄지면서 체중도 크게 빠진 상태다. 조사받고 자고 조사받고 자고 하는 강행군으로, 외부 산책이나 운동을 아예 하지 않고 독방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교도관 남녀 1명씩 전담

박 전 대통령은 건강이 적잖이 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잖아도 위장병으로 소화 기능이 약한 탓에 식사의 상당량을 남기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루 걸러 이어진 검찰의 방문조사도 건강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가 끝난 다음날이면 상당 시간을 독방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수감 중에도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체중이 빠르게 줄면서 몰라보게 야윈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내달 말로 예상되는 1차 공판에 모습을 드러내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더운 여름을 앞두고 65세인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서울구치소는 별다른 예우 없이 2명의 교도관만 24시간 전담 배치하고 있다. 남성 교도관과 여성 교도관이 동시에 문 양쪽을 지키며 건강 상황 등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이 건강이나 심리상태를 보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접견 시간이 하루 10~15분 정도여서 필요한 것을 확인하고 도와주는 정도다. ‘영치금’도 윤 전 행정관 사비로 충당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영치금으로 여성 교도관에게 신청해 몇 가지 물건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품 리스트를 보고 신청서를 제출하면 구치소 측이 영치금에서 물건 값을 제하고 방으로 배달해주는 방식이다.

◆변호인단은 해임사태 후 ‘난항’

구치소 바깥 상황도 녹록지 않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대부분이 지난 9일자로 해임돼 유영하, 채명성 변호사만 남았다. 변호인단은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변호사를 물색 중이다. 결과는 신통찮다. 정치적 부담뿐 아니라 제시하는 수임료도 수천만원 수준으로, 사건 비중에 비해 너무 낮다고 한다. 서울 서초동의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몇 억원을 줘도 맡을까 말까 한 사건”이라며 “특별한 사명감이 아니면 맡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 전 대통령 측은 내달 본격 시작될 법정 싸움 준비에도 큰 애로를 겪고 있다. 변호인단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채 변호사가 사실상 모든 일을 혼자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탄핵 심판 때 준비한 자료를 정리하는 수준이지 새로운 재판 전략을 짤 여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채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맡으면서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화우를 나왔다. 수임료도 받지 못하고 변호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