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이 올해 처음으로 내놓은 신작 창극(어린이 창극 제외) ‘흥보씨’가 마지막 주말 공연을 앞두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시작한 이 작품은 오는 16일 막을 내린다. 연출은 연극 연출가 고선웅 씨가 맡았다. 그가 만들어 큰 인기를 끈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이후 두 번째 창극이다. 판소리에 대중성을 입히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이자람 씨가 작창·작곡·음악감독을 맡았다.
이들은 판소리 원작 흥보가를 적지 않게 각색했다. 창극이 원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대중성을 지향하지만 파격적인 각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흥보가 자살하려던 정씨를 구한 뒤 아내로 삼거나 식솔이 거지라는 설정이 대표적이다. 원작에서 흥보는 결혼했고 자식도 친자식이다. 동생 흥보가 이 극에선 형으로 바뀌었다.
결말 부분도 원작과 다르다. 원작에서는 제비가 흥보에게 금은보화를 담은 박씨를, 놀보에게 재앙을 담은 박씨를 물어다준다. ‘흥보씨’에서는 고을 원님이 흥보의 편을 들어주고 놀보를 벌하는 심판자 역할을 한다. 흥보에게 돌아가는 상은 금은보화가 아니라 명예 회복이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줄거리의 극적인 효과를 강조하고 등장인물이 뚜렷한 개성을 갖도록 각색했다”고 설명했다. 난데없이 외계인이 나타나 흥보에게 깨달음을 주거나, 제비가 하늘을 나는 새가 아니라 나이트클럽의 춤꾼으로 나오는 등 웃음을 겨냥한 설정도 있다.
‘흥보씨’의 평균 객석 점유율은 89%(13일 낮 12시 기준)다. 그러나 ‘젊은 층·외국인으로의 관객 저변 확대’는 객석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각설이 옷에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모자를 쓴 외계인, 반짝이 정장을 입은 제비의 모습은 파격적인 시도임에도 다소 촌스러운 느낌을 준다. 외국인 관람객 비중은 1% 미만이다. 공연계 관계자는 “창극 애호가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공연 기호에도 부합하는 극을 더 개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