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브랜드 버거킹이 구글의 인공지능(AI) 기술을 교묘히 이용한 TV 광고를 내보냈다가 소비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광고 직후 가정용 음성비서인 구글 홈이 일제히 제품 설명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버거킹의 새로운 TV 광고(사진)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 방영됐다. 젊은 남성 직원이 버거킹 와퍼버거를 들고 “광고시간 15초만으로는 와퍼가 얼마나 훌륭한지 설명할 수 없어”라고 말한다. 이어 카메라 앞으로 한 발짝 나오더니 “OK 구글, 와퍼버거가 뭐지?”라고 묻는다.

그러자 각 가정에 있던 음성비서 구글 홈이 저절로 켜졌다. 이어 “와퍼버거는 잘 익힌 100% 소고기 패티에 토마토 양파 등이 들어간 버거입니다”라고 답변했다. 구글 홈이 광고 음성을 인식해 온라인 사전 위키피디아의 설명 첫 줄을 읽어준 것이다.

구글 AI인 구글 어시스턴트가 내장된 구글 홈은 ‘OK 구글’이란 음성에 자동 응답하게 돼 있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잠자는 기기를 광고가 깨웠다”며 “광고가 TV에서 개인용 기기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매우 짜증 나는 일이지만 버거킹 입장에서는 영악한 상술”이라고 말했다.

포브스는 이번 광고를 ‘구글 어시스턴트 하이재킹(납치)’이라고 부르면서 “오늘날 광고가 생활 전반에 은근히 침범하곤 하지만 이번 버거킹 광고는 너무 멀리 나갔다”고 꼬집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