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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유행에 민감하다. 무엇이든 쉽게 퍼지고, 또 금방 사라진다. 예외가 있다. 커피다. 지난해 원두 수입량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잔으로 환산하면 한국인이 지난해 마신 커피는 약 250억잔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커피 전문점 수는 편의점의 두 배 수준인 10만개에 육박한다.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8조원대를 넘어섰다.

한국인이 마신 커피 작년 250억잔

커피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커피는 250억5000만잔에 달한다. 10년 전에 비해 25% 늘어났다. 인구를 약 5000만명이라고 하면 1인당 연간 500잔의 커피를 마신 셈이다. 품목별로는 커피믹스 시장이 132억1000만잔으로 가장 크다. 캔커피 등 각종 커피음료 37억9000만잔, 원두커피 36억4000만잔, 인스턴트커피 31억6000만잔, 인스턴트 원두커피 12억5000만잔 등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커피 섭취량은 주식인 김치와 쌀밥을 넘어섰다.
커피 시장 규모도 커졌다. 10년 전 3조원대 초반이던 국내 커피 시장(매출 기준) 규모는 8조7906억원으로 약 세 배 커졌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의 커피 전문점 수는 9만809개다. 커피음료를 판매하는 베이커리, 디저트 전문점 등까지 포함하면 10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 편의점 수(5만4000여개)와 비교하면 커피 전문점이 두 배에 달한다.

작년엔 콜드브루, 올해는 ‘질소 커피’

커피 마니아가 늘어나면서 커피 전문점들은 고급 커피를 파는 특수 매장을 만들어 다양한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스타벅스는 엄선한 원두만을 사용해 커피를 판매하는 리저브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 아메리카노보다 가격이 두 배 비싼 프리미엄 커피 ‘리저브 커피’로 승부하고 있다.

SPC그룹은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인 ‘커피앳웍스’를 운영 중이다. 세계 유명 산지의 생두 중에서 상위 7%에 해당하는 최상급 생두만을 사용한다. 엔제리너스는 서울 광화문점을 스페셜티 커피 매장으로 꾸몄다. 스페셜티 커피는 맛과 향이 세계적으로 뛰어나다고 인정받은 원두를 사용해 추출한 커피를 통칭하는 말. 폴바셋 매장 중 일부 고급화 매장에서는 바리스타가 직접 추출 도구를 설명해 준 뒤 커피를 제공하는 ‘커피 위드 바리스타’ 메뉴를 내놓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실험실을 연상케 하는 ‘이디야랩’에서 사이펀 추출 커피, 스페셜티 커피 등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커피업계에도 소소한 유행이 있다. 지난 1~2년 새 천천히 차갑게 추출하는 방식의 콜드브루가 유행했다면 올해는 질소가 키워드다. 대형 커피 전문점들이 커피에 질소를 넣는 방식의 ‘니트로 콜드브루’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스타벅스는 정통 방식의 ‘나이트로 콜드브루’를 지난달 29일 론칭해 20개 매장에서 선보였다. 자체 개발한 전용 기계로 질소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디야커피는 이보다 먼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강조한 니트로 콜드브루를 선보였다. 커피앳웍스 역시 콜드브루에 질소를 주입한 음료를 시그니처 커피로 내세우고 있다.

1000원대 커피도 고속 성장

고급 커피만 수요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일반 커피점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저가 커피를 찾으면서 ‘가격 파괴’ 브랜드와 편의점 커피 판매가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GS25에서 1000원에 판매한 원두 커피는 전년 대비 약 3.4배 많이 팔렸다. 올 1분기에도 작년 동기 대비 4.4배 성장했다.

세븐일레븐 커피 역시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3000만잔이 팔려 나갔다. 가격을 최대한 낮추고 품질을 어느 정도 유지해 가성비를 높였다는 점에 소비자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편의점 커피가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커피음료도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커피음료 시장은 매년 20% 이상 성장했다.

인스턴트 커피 중에서도 냉장 보관해 곧바로 마실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제품 판매가 늘고 있다. 매일유업은 바리스타룰스와 카페라떼 두 개 브랜드로 3년 연속 국내 컵커피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와 코카콜라도 각각 칸타타와 조지아 커피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도 유명 바리스타와 협업해 만든 ‘콜드브루 by 바빈스키’로 커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과회사들도 커피에 어울리는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넓혀 가고 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바나나를 ‘애프터눈티 디저트’로 추천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