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4년에 한 번 열리지만 ‘일반인들의 올림픽’은 해마다 열린다. 미국 오하이오주 콜롬버스에서 매년 봄 열리는 아놀드 스포츠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이 대회는 1989년 아놀드 클래식이란 이름의 보디빌딩 경연으로 시작해 역도와 팔씨름 등 50여개 종목을 포함하면서 간판을 바꿔달았다. 현재는 대회 기간 동안 20만명이 콜롬버스를 찾고 이 도시에서 4200만달러(약 480억원)가 소비되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로 성장했다.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대회가 있다. 올해 4년째를 맞는 키스포츠 페스티벌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보디빌딩·피트니스 대회인 나바코리아와 함께 개최돼 존재감이 미미했다. 키스포츠 페스티벌의 ‘설계자’이자 나바코리아 부회장이었던 권기철 KIG 대표는 그래서 독립을 택했다.
권기철 KIG 대표
권기철 KIG 대표
권 대표는 “‘모두의 올림픽’이 한국이라고 안 될 것은 없다”며 “관람하는 스포츠가 아닌 참여하는 스포츠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5월 대구에서 열리는 키스포츠 페스티벌을 주목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홀로서기를 시작한 한국판 아놀드 스포츠페스티벌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 개념 자체가 생소하다. 대부분의 독자는 ‘키스포츠 페스티벌이 뭐야?’라고 물을 것이다.

“아놀드 스포츠페스티벌을 모티브로 한 멀티 스포츠 이벤트다. 선수들만 참가하는 일반 대회완 다르다. 대회 기간 동안 한곳에서 여러 가지 스포츠 종목 경기가 열리고 일반인들도 사전 신청을 통해 참가할 수 있다. 경기와 박람회, 컨퍼런스까지 하나로 구성되는 행사다.”

- 이 대회도 보디빌딩이 종목으로 포함됐다. 다른 보디빌딩 대회들과 색이 비슷한 부분 아닌가.

“여러 종목 중 한 가지일 뿐이다. 5월 대회엔 겨루기 종목인 주짓수와 팔씨름인 암레슬링, 폴피트니스, 필라테스 경기에 1000여명의 선수가 참여한다. 지난해까지 나바코리아와 함께 진행했지만 분리 독립한 이유도 보디빌딩 비중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이번엔 그 비중이 줄어들었다.”

- 관람과 참여 양쪽 모두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인기 종목은 아니다.

“향후 엘리트 스포츠를 포함해 50여개 종목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번 대회는 행사장 공간을 확장할 수 없어 막판에 빠지게 된 종목들이 있다. 하반기 서울에서 열리는 대회엔 배드민턴, 축구 등 생활체육으로 인기가 높은 종목들을 대거 포함시킬 예정이다.”

- 많은 종목이 한곳에서 치러져야 할 이유가 있나.

“산발적으로 열리는 개별 종목 대회들은 대부분 ‘그들만의 리그’에 그친다. 관중 대부분은 선수 가족과 경기 관계자들인데 이들조차도 비슷한 내용을 반복해서 보느라 지루해 한다. 여러 종목이 같은 장소에서 한꺼번에 열리면 경기가 끝난 뒤 몇 걸음만 옮겨도 다른 종목, 다른 경기장으로 갈 수 있다. 세제를 사러 마트에 갔다 휴지도 사듯 모르던 종목에 관심을 두고 즐길 수 있는 것이다.”

- 집합 형태의 대회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건가.

“단일 비인기 종목으로 다른 인기 스포츠만큼의 관심을 끌 수는 없다. 키스포츠의 모태인 보디빌딩을 예로 든다면 몇 년 사이 대회가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사실 대중은 관심 없다. 서로 어떤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췄는지도 의문이다. 냉정하게 지금이 한계로 보인다. 그래서 엑스포, 컨퍼런스 등과 연계한 복합 스포츠 이벤트를 기획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콘텐츠에 가깝다. 앞으로는 지역경제에 유발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 경제적 효과라면.

“콜롬버스는 미국에서 시골 축에 드는 곳이지만 아놀드 스포츠페스티벌이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만명의 선수, 18만명의 관중이 나흘 동안 500억에 가까운 돈을 쓰고 간다. 규모는 다르지만 키스포츠 페스티벌도 마찬가지다. 전국에서 모인 다양한 종목의 선수와 관중이 한 도시에서 숙박과 유흥 등의 소비를 한다. 대회가 열리는 기간 동안 축제의 도시가 되게끔 행사를 키우는 게 목표다.”

- 짧은 기간 소비 진작이 급속하게 일어나는 스포츠 이벤트는 슈퍼볼이 대표적이다.

“그렇다. 궁극적으로는 올림픽, 월드컵 축구, 육상선수권, F1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로 만드는 게 목표다. 내년 중국, 베트남 등 해외 대회도 기획 중이다. 이제 발전적 기회를 만든 단계라고 보고 있다.”

- 목표가 너무 원대한 것 아닌가.

“나는 보디빌딩 선수였다. 6년 전 이 대회를 구상했을 때 모두가 ‘너는 피트니스 클럽 하나 정도는 운영할 수 있겠지만 사업은 무리’라고 말했었다. 지금은 ‘진짜 하고 있네’라며 놀란다. 물론 올림픽 같은 큰 대회를 만들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런 목표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다.”

- 그래도 힘든 길이다. 대구 대회 준비는 마무리 됐나.

“믿음이 없다면 갈 수 없다. 대회는 한 달 정도 남았다. 준비가 80%는 끝났다고 말할 수 있다. 대구뷰티엑스포와 함께 열리기 때문에 키스포츠 페스티벌이 아니더라도 볼 거리는 다양하다. 많은 분들이 찾아오셔서 ‘저런 것도 있구나’ 하고 인지만 하더라도 성공이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