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에 다가서면서 갭 투자자가 몰리고 있는 대전 둔산동. 한경DB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에 다가서면서 갭 투자자가 몰리고 있는 대전 둔산동. 한경DB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급속히 줄어든 대전에서 매매가와 전세가 차액을 투자해 집을 사는 ‘갭(Gap)투자’가 늘고 있다.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갭 투자자가 전셋값이 매매값을 밀어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하고 있다.

하지만 인근 세종시에서 입주 물량이 쏟아져 대전 매매값이 쉽게 반등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많은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매매·전세가 차이 1000만원

대전 전세가율 80%로 뛰자 '갭투자족' 몰린다
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전은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전세가 상승률이 0.57%에 달해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높았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서구와 유성구 일부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90%를 웃돈다. 유성구 지족동 ‘반석1단지 호반리젠시빌’ 전용 84㎡ 매매 시세는 2억7000만원으로 한 달 만에 4000만원 떨어진 반면 전세는 2억6000만원으로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1000만원에 그친다. 전세가율은 96%를 웃돈다. 서구 둔산동 ‘크로바’ 전용 101㎡도 전세가율이 86%에 달한다. 이 아파트는 지난 2년간 매매가격은 5000만원가량 올랐지만 전세가격은 8000만원 넘게 올랐다.

지난해부터 서구(78.5%)와 유성구(76.6%)를 중심으로 꾸준히 전세가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조만간 80%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년 전 7000만~1억원 차이가 나던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도 3000만~4000만원으로 줄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그동안 전세 수요가 저렴한 세종시로 빠져나가며 전세가율이 낮은 편이었다”며 “지난해부터 정체된 매매가에 비해 전세가가 오르며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 전세가율 80%로 뛰자 '갭투자족' 몰린다
◆갭 투자자 속속 진입

대전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서구와 유성구를 중심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전국 갭투자자가 몰려들고 있다. 1000만~3000만원만 있으면 아파트 매입이 가능해서다. 둔산동 K공인 관계자는 “세종시가 작년 ‘11·3 부동산 대책’으로 청약 규제 지역으로 묶인 뒤부터 이웃한 대전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부산 대구 수도권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이들이 단체로 특정 동네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유성구 관평동 A공인 관계자는 “서구 둔산·월평동 지역에서 성행하던 갭 투자가 작년 말부터 유성구 관평동 등으로 번지고 있다”며 “일부 컨설팅업체가 투자자를 몰고 여기저기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움직임 때문에 전세가격 상승은 더 가팔라지고 있다. 갭 투자자들이 투자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세가를 최대한 올려받고 있어서다.

전세가 상승에 비해 매매가 변동폭은 크지 않다. 대전 아파트 가격은(3월 말 기준) 작년 3월 말에 비해 2.5%(한국감정원)에 오르는 데 그쳤다. 전세가 상승률(6.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일부 갭투자자 수요만으로 집값을 올리기엔 한계가 있다”며 “실수요자가 매수에 가담해야 본격적인 상승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 아파트 공급량은 늘고 세종시로의 인구 유출도 계속돼 매매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대전 신규 공급 아파트는 6449가구로 지난해(5163가구)보다 24.9% 증가한다. 반면 대전 인구는 작년에만 2만6000여명 줄었다. 올해 세종시 입주 아파트가 1만6095가구로 작년(8619가구)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점도 대전 전세가 상승세가 계속되기 쉽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실수요자가 언제든 세종시로 이동할 수 있어서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