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국내 1위 이동통신 사업자다.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성장성이 떨어진다. 수년째 매출과 이익이 정체돼 있다. 돌파구로 찾은 게 4차 산업혁명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개인 비서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를 선보였다. 음악 스트리밍, 스마트홈, 일정, 날씨 알림, 알람, 조명, 피자·치킨 배달 서비스,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제공한다. 출시 7개월 만에 7만여대가 팔리며 업계에서 상당히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SK텔레콤은 올 1월에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에 향후 3년간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통신망 투자와는 별개다. 주요 투자 대상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이다. SK텔레콤은 독자 기술 개발 외에 국내외 대기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민관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IoT 사업에선 49개국 400여개 회원사와 기술 협력체인 ‘로라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그래픽카드 제조사 엔비디아, 독일 자동차 업체 BMW, 스웨덴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과 커넥티드카·자율주행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박정호 사장 직속으로 ‘AI 사업단’을 신설하기도 했다. 마케팅 부문의 AI 상품개발 부서와 종합기술원의 AI 연구개발(R&D) 부서를 통합해 만든 조직이다. R&D부터 서비스 기획·개발까지 AI 사업을 총괄한다.
통신망 분야에서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5세대(5G) 서비스에 역점을 두고 있다. 올 하반기 시범서비스를 하고 2020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5G는 초당 20기가비트 속도다. 기존 4세대(LTE) 통신보다 20배가량 빠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IoT 시대다.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고, 사물 간에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빠른 통신망이 필수적이다. 5G가 4차 산업혁명의 기본 인프라로 꼽히는 이유다.
SK그룹 지주사인 SK(주)도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IBM과 합작해 인공지능 ‘왓슨’을 국내에 도입했다. 중국 훙하이그룹의 중국 제조시설을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스마트공장은 인터넷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생산 효율성을 높인 공장이다.
SK하이닉스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회사다. IoT 시대에는 거의 모든 제품에 반도체가 들어간다.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다. D램 시장은 이미 ‘치킨게임’이 일단락되면서 과점체제가 형성됐다. 단기간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기도 쉽지 않다. 문제는 낸드플래시다. 삼성전자가 낸드 시장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는 것과 달리 SK하이닉스는 이 분야에선 5위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가 요즘 낸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세계 2위 낸드 회사인 일본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