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터넷은행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존 은행과 차별화되는 서비스를 위해서는 정보기술(IT) 분야 등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요구된다. 또 초기 자본금의 상당 부분을 시스템 구축 등에 이미 써버린 만큼 수천억원 규모의 증자도 필요하다. 그런데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하도록 제한한 이른바 ‘은산분리’ 규제가 이 모두를 가로막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빈껍데기로 출발한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이 ‘재벌의 사(私)금고’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정치권 일각의 반대로 지금까지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은 미뤄지고 있다. 그사이 기존 은행들은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를 대폭 강화, 인터넷은행과의 격차를 급속히 좁혀 나가고 있다. 요란하게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정작 본격 영업을 시작하는 시점에는 설 땅이 거의 없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외국에서는 인터넷은행이 금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20여개가 영업 중이고 일본은 2000년 비금융회사의 인터넷은행 지원법이 마련된 뒤로 신규 진출이 확대됐다. 중국 인터넷은행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우물쭈물하다가 한국만 인터넷은행 후진국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