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물러날 곳 없다"…'뇌물죄' 직접 해명
'뇌물죄' 치열한 공방 예상
검찰 "삼성 승계 도우려 합병 지원"
박 전 대통령 "승계 돕거나 뇌물 받지 않아"
전직 대통령 첫 영장심사
박 전 대통령, 법원 내에서 대기할 듯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관계자는 28일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나가 구속의 부당성을 재판부에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7일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유영하 변호사와 세 시간 넘도록 대책을 논의했다.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출석하기로 한 데는 탄핵심판 사건의 교훈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는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에서 열린다. 전직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첫 사례인 만큼 법원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때 출석하지 않아 불리하게 작용한 경험도 일부 반영됐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관계자는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출석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부에 뇌물죄 혐의 등과 관련해 직접 해명할 예정이다.
◆“구속 여부 뇌물죄 성립에 달려”
영장실질심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 27일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뇌물죄)를 적용했다.
검찰은 영장 청구서에 △삼성이 최순실 씨의 딸인 정유라 씨를 위해 지원한 77억9735만원 △삼성이 최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800만원 △삼성이 미르재단에 출연한 125억원 △삼성이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79억원 등 총 298억2535만원을 뇌물공여액으로 적시했다. 특가법상 뇌물죄는 수수액이 1억원 이상일 때 무기징역 또는 징역 10년 이상에 처하는 중범죄다.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는 뇌물죄 성립에 달렸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를 돕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간 경제적 이해관계를 검찰이 어떻게 증명할지가 관건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기존 판례와 법리적 쟁점을 들어 뇌물죄 적용이 어렵다고 반박할 계획이다. 영장실질심사에는 이동흡 변호사와 유영하 변호사가 출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이 주요 현안에 대해 대가성을 바라고 최씨 등을 지원했더라도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알고 있었는지는 다른 문제라는 논리를 가다듬고 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이 만든 반박 자료 등도 분석하며 실질심사에 대비하고 있다.
◆대기 장소는 판사가 결정
법원은 박 전 대통령 출석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전직 대통령이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법원이 박 전 대통령 출석 당일 일부 구역을 통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검찰과 달리 법원에는 매일 수백명의 민원인이 오간다. 심사가 열리는 서관 321호와 가장 가까운 4번 법정 출입구는 취재진 등이 몰려 혼잡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 관계자는 “청와대 경호실 등과 사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심사가 끝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박 전 대통령은 법원 내에서 대기할 가능성이 높다. 경호 문제 때문이다. 영장전담판사는 영장실질심사를 하면서 결과가 나오기 전 피의자 대기 장소(인치장소)를 재량으로 정한다. 이 부회장은 두 번의 영장실질심사 모두 서울구치소에서 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