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경찰 내부에서 공무원 직장협의회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공무원 직협은 노조와 달리 단체행동권은 없지만 공무원 처우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구다. 하지만 경찰·소방관들에게 직협은 ‘남의 나라’ 얘기다. 현행법에서는 특정직인 경찰·소방공무원에 대해선 직협 설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과거에도 근무 강도가 높고 각종 위험에 노출된 경찰·소방관들을 위한 직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다. 법 개정 움직임도 수차례 있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국회에서도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31명이 경찰·소방공무원의 직협 설립을 허용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지난해 7월 발의했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경찰 내부의 기대감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월 “경찰 직협을 만들어 하위직 경찰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해 불을 지폈다. 지난 22일엔 국회에서 한국행정학회 경찰발전연구회,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진 의원 등이 참여한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법이 개정돼 경찰 직협이 생기면 경감 이하 직급(경찰공무원의 약 97%)이 가입 대상이 된다. 경찰들은 직협이 생기면 경찰 처우가 개선되고, 경직된 상명하복 문화도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직협은 공무원 노조와 달리 전임을 인정하지 않아 겸직으로 살림을 맡는 만큼 행정 낭비도 없다고 강조한다.

채준호 전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무원이 법적으로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은 지 올해로 10년째인데 경찰은 아직도 노동3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은 경찰의 협의권을 인정해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선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A경장은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경찰 조직에서는 현장에서 고생하는 ‘막내 경찰’들의 권리가 무시되기 일쑤”라며 “직협이 생기면 초과근무수당 현실화 등 처우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찰 내부의 지휘 체계를 위협하고, 정치세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행정자치부와 경찰청도 난색을 보이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경찰은 엄격한 지휘·명령체계 아래 일사불란하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업무를 해야 한다”며 “경찰 직협을 제도화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일선경찰서에 근무하는 B경감은 “상급자 대 하급자로 경찰이 분열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간다”고 지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