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토론] 부동산 보유세 강화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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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선주자들이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건물이나 땅에 부과되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올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국토보유세를 신설, 연간 15조원의 세금을 더 거둬 이를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나눠주겠다는 급진적인 공약도 있다. 이들은 보유세 강화의 근거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다는 점을 든다.
보유세 강화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주택, 토지, 건물 등 부동산 자산이 일부 소득 상위 그룹과 소수 법인에 집중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보유세를 높이면 계층·지역 간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벌과 대기업의 부동산 투기 방지, 내수 활성화 등의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수의 부담이 다수의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논리다.
반면 부작용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조세 저항에 따른 내부 혼란을 우려한다. 또 취득세 양도소득세가 상대적으로 높아 전체 세금 부담은 선진국에 비해 낮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유세는 전체 조세 체계 안에서 신중하고 균형감 있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한다.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고착화되면 부동산경기 급랭, 내수경기 침체, 불황 장기화 등의 현상이 연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찬성 - 상위 10%가 전체 토지 65% 차지…모든 토지 합산해 보유세 부과해야
年 15조 稅收 증가…전국민에 토지배당 분배를
지난 2월5일 충격적인 뉴스가 발표됐다. 2015년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4.2%를 차지하고, 소득 상위 10%가 48.5%를 차지해 소득집중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2000년에 비율이 각각 9.0%, 36.4%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위계층에 대한 소득 집중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2015년 현재 한국의 소득집중도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미국 수준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것도 불평등의 실상을 과소평가한 수치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부동산 소득(매매차익+순임대소득)의 대부분이 통계에서 누락됐다. 토지+자유연구소의 연구에 의하면 2015년 부동산소득은 356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그해 국내총생산(GDP)의 22.8%에 해당한다. 이것을 넣어 소득집중도를 다시 계산한다면 집중도가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토지자산은 개인의 경우 상위 10%가 전체 토지의 65%를 차지하고 법인의 경우 상위 1%가 전체 토지의 75%를 차지해(2013년 현재 가액 기준) 소득보다 훨씬 심한 불평등을 드러낸다. 최근 재벌·대기업의 토지 소유가 급증했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2008~2014년 6년 사이에 상위 1%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 가치는 546조원에서 966조원으로 77%나 증가했고, 상위 10개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 가치는 180조원에서 448조원으로 147% 폭증했다. 이는 재벌·대기업이 종합부동산세 감세로 인한 보유세 부담 완화와 법인세 감세로 인한 사내유보금 증가를 틈타 토지 투기에 몰두한 결과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만악의 근원이 돼 버렸다. 부동산은 공직자 부패의 온상이자 기득권층의 부당 치부 수단이 됐고, 계층 간·지역 간 불평등의 근원이자 경제 불안정과 고비용·저효율의 원인이 됐다. 이를 그냥 두고서는 불평등 해소와 공정사회 건설은 요원하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하면서 국토보유세 도입과 토지배당 지급을 약속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다. 국토보유세 도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지방세인 재산세는 현행대로 유지한다. 국토보유세는 국세로 하고 토지에만 부과한다. 지금까지 토지 과다 보유자의 세 부담을 낮추고, 보유세를 왜곡시킨 용도별 차등과세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모든 토지를 인별 합산해 누진과세한다. 또 현행 보유세제도의 과다한 비과세·감면은 원칙적으로 폐지한다. 단, 국토보유세 납부액 중 재산세 토지분은 환급한다. 제도가 완성될 경우 약 15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국토보유세 세수 증가분은 모든 국민에게 n분의 1씩 토지 배당으로 분배한다.
공정사회정책연구회 산하 토지주택·기본소득위원회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국토보유세와 토지 배당을 동시 도입하면 전체 가구의 95%가 혜택을 누리며, 재정관리 강화로 확보할 재원으로 지급할 생애주기별 배당과 특수 배당까지 더해서 계산할 경우 전체 가구의 97% 이상이 혜택을 본다. 모든 기본소득 배당은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한 경제 활성화 효과도 두드러질 것이다. 토지 과다 보유자의 세 부담이 증가하겠지만 불평등 해소, 재벌·대기업 토지 투기 방지, 골목상권 활성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고 전체 가구의 95% 이상에 혜택을 안겨줄 묘책을 시행하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국토보유세와 토지 배당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이 토지 과다 보유자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하는 첩경이다.
반대 - 국내 부동산 취득세·양도세율 높아…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 함께 논의를
주택구입 등 꺼려…세수증대 효과 미미할 수도
5월9일 장미 대선을 맞아 각 정당 대선주자들이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부동산 보유세다. 보유세에는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가 있다. 대선주자들은 대부분 보유세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보유세 실효 세율을 두 배로 올려 세수가 증가하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후보도 있다.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15조원의 세금을 더 걷어 국민에게 기본소득세로 나눠주겠다는 후보도 등장했다. 기존에 세금을 내던 사람들에게 더 걷거나 없었던 세금을 만들어 걷겠다는 정책이다.
임대소득과세를 도입할 때 시장에서 벌어진 혼란을 되새겨 보면 새롭게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은 신중하게 펼쳐야 한다. 당시에도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걷겠다는 임대소득과세의 명분은 충분했다. 과거 정부는 추가로 걷는 세금 규모와 징수 대상이 많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지만 조세 저항은 매우 거셌다. 결국 임대소득과세는 유예됐고, 정책 발표 직후 곧바로 철회하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현재 대선주자들이 강조하는 조세 신설이나 보유세 강화는 나름대로 명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논의했거나 다양한 계층의 눈높이에 맞춰 진단했다고 보기에 미흡하다.
보유세가 강화되면 당장 세금은 더 걷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주택이나 토지를 보유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민은 조세 회피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부동산 매물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세금 부과 대상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목표했던 세수 증가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는 아직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충분하지 않다. 전체 782만 임차 가구 중 78.2%에 해당하는 612만가구(2014년 주거실태조사)가 다주택자가 공급하는 민간 전·월세 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보유세가 강화되고 새로운 조세가 신설돼 세금 부담이 늘면 어떻게 될까. 일시적으로 증가한 세수로는 현재 전·월세를 사는 600만가구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없다. 서민을 위해 도입한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은 전·월세 가구의 주거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주택이나 토지 소유주에게 보유세를 더 걷겠다는 정책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 명분이 없으면 거센 조세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특히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보유세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낮을 순 있지만,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는 다른 선진국보다 높다는 점을 놓치면 안 된다. 보유세 강화만 따로 논의하지 말고 거래세 완화와 함께 균형된 시각에서 논의해야 한다.
조세정책은 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계층 간 먹이사슬을 따라 연쇄적 파급효과를 일으킨다. 한쪽에서 거둬들인 세금으로 다른 쪽의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논의도 위험하다. 프랑스의 창문세가 자주 회자된다. 프랑스 정부는 세수를 확충하기 위해 창문세를 신설했는데, 세수는 늘지 않고 사람들이 창문을 없애버리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현재 제기되는 보유세 강화 정책도 주택과 토지에 대한 건전한 투자와 관련 산업의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세금은 납세자의 지급 능력을 고려하고, 납세자의 편의에 맞춰 최소한의 비용이 드는 경제성을 갖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선주자들이 주장하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이 애덤 스미스가 제시한 조세원칙에 부합하는지 엄밀하게 따져볼 일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보유세 강화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주택, 토지, 건물 등 부동산 자산이 일부 소득 상위 그룹과 소수 법인에 집중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보유세를 높이면 계층·지역 간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벌과 대기업의 부동산 투기 방지, 내수 활성화 등의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수의 부담이 다수의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논리다.
반면 부작용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조세 저항에 따른 내부 혼란을 우려한다. 또 취득세 양도소득세가 상대적으로 높아 전체 세금 부담은 선진국에 비해 낮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유세는 전체 조세 체계 안에서 신중하고 균형감 있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한다.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고착화되면 부동산경기 급랭, 내수경기 침체, 불황 장기화 등의 현상이 연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찬성 - 상위 10%가 전체 토지 65% 차지…모든 토지 합산해 보유세 부과해야
年 15조 稅收 증가…전국민에 토지배당 분배를
지난 2월5일 충격적인 뉴스가 발표됐다. 2015년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4.2%를 차지하고, 소득 상위 10%가 48.5%를 차지해 소득집중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2000년에 비율이 각각 9.0%, 36.4%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위계층에 대한 소득 집중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2015년 현재 한국의 소득집중도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미국 수준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것도 불평등의 실상을 과소평가한 수치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부동산 소득(매매차익+순임대소득)의 대부분이 통계에서 누락됐다. 토지+자유연구소의 연구에 의하면 2015년 부동산소득은 356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그해 국내총생산(GDP)의 22.8%에 해당한다. 이것을 넣어 소득집중도를 다시 계산한다면 집중도가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토지자산은 개인의 경우 상위 10%가 전체 토지의 65%를 차지하고 법인의 경우 상위 1%가 전체 토지의 75%를 차지해(2013년 현재 가액 기준) 소득보다 훨씬 심한 불평등을 드러낸다. 최근 재벌·대기업의 토지 소유가 급증했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2008~2014년 6년 사이에 상위 1%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 가치는 546조원에서 966조원으로 77%나 증가했고, 상위 10개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 가치는 180조원에서 448조원으로 147% 폭증했다. 이는 재벌·대기업이 종합부동산세 감세로 인한 보유세 부담 완화와 법인세 감세로 인한 사내유보금 증가를 틈타 토지 투기에 몰두한 결과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만악의 근원이 돼 버렸다. 부동산은 공직자 부패의 온상이자 기득권층의 부당 치부 수단이 됐고, 계층 간·지역 간 불평등의 근원이자 경제 불안정과 고비용·저효율의 원인이 됐다. 이를 그냥 두고서는 불평등 해소와 공정사회 건설은 요원하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기본소득 공약을 발표하면서 국토보유세 도입과 토지배당 지급을 약속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다. 국토보유세 도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지방세인 재산세는 현행대로 유지한다. 국토보유세는 국세로 하고 토지에만 부과한다. 지금까지 토지 과다 보유자의 세 부담을 낮추고, 보유세를 왜곡시킨 용도별 차등과세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모든 토지를 인별 합산해 누진과세한다. 또 현행 보유세제도의 과다한 비과세·감면은 원칙적으로 폐지한다. 단, 국토보유세 납부액 중 재산세 토지분은 환급한다. 제도가 완성될 경우 약 15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국토보유세 세수 증가분은 모든 국민에게 n분의 1씩 토지 배당으로 분배한다.
공정사회정책연구회 산하 토지주택·기본소득위원회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국토보유세와 토지 배당을 동시 도입하면 전체 가구의 95%가 혜택을 누리며, 재정관리 강화로 확보할 재원으로 지급할 생애주기별 배당과 특수 배당까지 더해서 계산할 경우 전체 가구의 97% 이상이 혜택을 본다. 모든 기본소득 배당은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한 경제 활성화 효과도 두드러질 것이다. 토지 과다 보유자의 세 부담이 증가하겠지만 불평등 해소, 재벌·대기업 토지 투기 방지, 골목상권 활성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고 전체 가구의 95% 이상에 혜택을 안겨줄 묘책을 시행하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국토보유세와 토지 배당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이 토지 과다 보유자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하는 첩경이다.
반대 - 국내 부동산 취득세·양도세율 높아…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 함께 논의를
주택구입 등 꺼려…세수증대 효과 미미할 수도
5월9일 장미 대선을 맞아 각 정당 대선주자들이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부동산 보유세다. 보유세에는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가 있다. 대선주자들은 대부분 보유세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보유세 실효 세율을 두 배로 올려 세수가 증가하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후보도 있다.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15조원의 세금을 더 걷어 국민에게 기본소득세로 나눠주겠다는 후보도 등장했다. 기존에 세금을 내던 사람들에게 더 걷거나 없었던 세금을 만들어 걷겠다는 정책이다.
임대소득과세를 도입할 때 시장에서 벌어진 혼란을 되새겨 보면 새롭게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은 신중하게 펼쳐야 한다. 당시에도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걷겠다는 임대소득과세의 명분은 충분했다. 과거 정부는 추가로 걷는 세금 규모와 징수 대상이 많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지만 조세 저항은 매우 거셌다. 결국 임대소득과세는 유예됐고, 정책 발표 직후 곧바로 철회하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현재 대선주자들이 강조하는 조세 신설이나 보유세 강화는 나름대로 명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논의했거나 다양한 계층의 눈높이에 맞춰 진단했다고 보기에 미흡하다.
보유세가 강화되면 당장 세금은 더 걷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주택이나 토지를 보유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민은 조세 회피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부동산 매물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세금 부과 대상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목표했던 세수 증가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는 아직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충분하지 않다. 전체 782만 임차 가구 중 78.2%에 해당하는 612만가구(2014년 주거실태조사)가 다주택자가 공급하는 민간 전·월세 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보유세가 강화되고 새로운 조세가 신설돼 세금 부담이 늘면 어떻게 될까. 일시적으로 증가한 세수로는 현재 전·월세를 사는 600만가구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없다. 서민을 위해 도입한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은 전·월세 가구의 주거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주택이나 토지 소유주에게 보유세를 더 걷겠다는 정책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 명분이 없으면 거센 조세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특히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보유세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낮을 순 있지만,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는 다른 선진국보다 높다는 점을 놓치면 안 된다. 보유세 강화만 따로 논의하지 말고 거래세 완화와 함께 균형된 시각에서 논의해야 한다.
조세정책은 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계층 간 먹이사슬을 따라 연쇄적 파급효과를 일으킨다. 한쪽에서 거둬들인 세금으로 다른 쪽의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논의도 위험하다. 프랑스의 창문세가 자주 회자된다. 프랑스 정부는 세수를 확충하기 위해 창문세를 신설했는데, 세수는 늘지 않고 사람들이 창문을 없애버리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현재 제기되는 보유세 강화 정책도 주택과 토지에 대한 건전한 투자와 관련 산업의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세금은 납세자의 지급 능력을 고려하고, 납세자의 편의에 맞춰 최소한의 비용이 드는 경제성을 갖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선주자들이 주장하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 정책이 애덤 스미스가 제시한 조세원칙에 부합하는지 엄밀하게 따져볼 일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