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용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정대용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 조아라 기자 ] 극심한 고용불안정으로 많은 대학생들이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0세 미만 사업자가 신설한 법인 수는 2014년 3885개에서 2015년 4986개, 2016년 6062개로 급증했다. 유례없는 취업난에 정부의 적극적 지원책이 맞물린 결과다.

그러나 청년창업 성공은 쉽지 않다. 대부분 3년 이내 실패하거나 중도 포기한다. '초짜 사장님'들이 성공하려면 어떤 자질을 키워야 할까?

30년 이상 기업가 정신과 중소기업학, 창업리더십 등을 연구해온 정대용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63·사진)를 지난 23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정 교수는 1997년부터 숭실대 인기강좌 '정주영 창업론'을 강의해왔다. 《중소·벤처경영론》 《창업스쿨》 《창업성장전략》 《아산 정주영의 기업가정신》 《정대용 교수의 정주영학》등을 써낸 '정주영학(學)' 전문가다.

- 대학생 창업, 대부분 실패한다. 왜 그런가?

"창업이 처음부터 '나의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창업에 나선 탓이다. 정부 무료교육 받고 지원도 받아 창업 경험을 한 번 하면 어쨌거나 색다른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면접에 이 스토리를 활용하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 요즘 취업이 힘들다 보니 창업도 '스펙용'이 돼 버렸다고 한다.

"그렇다. 색다른 현상이긴 하다. 학생들이 입사 면접을 보면 대개 비슷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적 차이만 나는 것이다. 합격하려면 차별화를 해야 하는데 창업이 그런 스토리를 만드는 스펙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하나의 생존 방편이니까. 시대와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나오는 것이다."

- 그러다 보니 푸드트럭 같은 '기술 없는 창업'에만 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부지런한 것 아니냐?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창업에는 '옆길 효과(side street effect)'란 게 있다. 창업해 이 길로 쭉 가다 보면 어느 지점에 기회가 있다. 그 지점까지 도달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 정주할 수도 있고 다시 기회를 엿볼 수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스펙용' 창업도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 대학생 창업의 경우 투자금 확보가 힘들다. 존속하려면 신제품 개발을 해야 하는데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다.

"다른 사람이 나를 안 도와줘서 내가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한국의 기업가정신이 쇠락한 요인이기도 하다. 성공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이들도 똑같이 투자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투자금을 받지 못해도) 경험에 대한 재학습을 했다. 과정에서 일종의 새로운 무기를 개발한 셈이다. 요즘 청년창업은 이런 부분에서 취약한 점이 보인다."

- 대학생들의 성장 환경이 예전과 다르지 않느냐.

"비유하면 지금은 온실 속에서 빨리 자랄 수 있도록 때 되면 물과 밥을 준다. 이렇게 다 갖춰진 환경에서만 자라면 건강할 수 없다. 유혹과 풍파에 약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강의시간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싫어한다. 온실 속에서 자라 달콤한 초콜릿만 먹고 컸기 때문이다. 지금의 대한민국 환경도 마찬가지다. 대학과 가정 환경, 국민이 정부를 보는 시각도 그렇다. 입 바른 소리보다는 자신들의 처지를 봐주길 원한다."

- 과거는 경제성장기였다. 지금과 차이가 있다.

"환경이 바뀐 것은 사실이다. 경제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10년 전에도 '이제는 재벌이 나오기 힘들지 않느냐'란 질문을 받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큰 기업이 탄생했고, 중국도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나오지 않았나. 세상은 계속 바뀌고 있다. 체인지(Change)를 찬스(Chance)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그런 지혜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고통을 겪고 실패를 해봐야 한다. 모든 걸 가르치려 해도 안 된다. 요즘 학생들은 지식이나 아이디어가 부족하지 않다. 그런데 이를 값지게 만드는 체험과 성공 스토리가 없다. 젊은 시절에는 고통을 겪고 실패를 재해석해 작은 성공을 만들어봐야 한다. 몰라서 못하는 건 금방 만회할 수 있다. 우선순위와 방향성은 지식보다는 '지혜'다. 지혜는 눈물을 쏟고 실패를 극복하면서 얻는 것이다."

- 한국에도 좋은 롤모델(Role model)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롤모델은 사회적 설득이다. 저렇게 해서 성공한다는 것을 실존 인물을 통해 보는 것이다. 해석을 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경제가 힘들고 자원이 없어서가 아니라 해석과 지혜가 없어서다. 이런 지혜를 가진 학교 선생, 국자 지도차, 정치인, 관료가 필요하다."

- 창업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성공한 기업가들의 요인이 따로 있는지.

"성공한 창업가 역시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겪는다. 200번, 300번 문전박대를 겪고 성공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KFC, 스타벅스, 아마존 설립자들도 모두 이런 고통을 겪었다. 이들이 달랐던 것은 실패의 경험을 학습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음에 유사한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세상의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을 체득한 것이다. 변화(Change)를 기회(Chance)로 만드는 능력이 보통 사람과 달랐다."

- 결국 창의성이다.

"창의성도 세분할 수 있다. 에디슨처럼 인류에 큰 공헌을 한 '빅 크리에이티비티(Big Creativity)'가 있다. 또 전문적이거나 작은 창의성도 있다. 처음에는 '미니 크리에이티비티'부터 만들어야 한다. 배워서 되는 게 아니다. 스스로 체험해 깨달아야 한다. 이때 부모와 선생의 역할이 중요하다. 체험할 수 있게 '노출'시켜야 한다. 아이들을 빨리 자라게 하고 싶어 잡아 이끄는 게 아니라 인내하면서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 '정주영 창업론' 강좌로 유명하다. 정주영과 같은 창업가가 나오려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무려 네 번이나 가출한 끝에 상경했다. 부모가 나선 게 아니다. 혼자 살아가는 과정에서 '작은' 창의성을 경험했다. 자연으로 치면 씨앗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씨앗을 본인이 발견한 셈이다. 이러한 작은 창의성들이 쌓이는 게 중요하다. 그게 학생들의 습관이 되고 큰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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