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3일 “액화석유가스(LPG) 자동차 규제를 즉각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경유차보다 친환경적인 LPG차를 늘려야 하는데 까다로운 사용 규제가 LPG차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LPG차 규제가 풀리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인기 차량도 LPG차 출시가 가능해 자동차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당장 규제를 푸는 데 반대하고 있는 게 변수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 등 산업위 소속 여야 국회의원 여덟 명은 이날 “LPG차 규제는 세계적인 친환경 추세에 역행할 뿐 아니라 LPG차를 법으로 제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그동안 LPG 차량 감소로 수요처를 잃어가던 LPG업계는 반색했다.

LPG차는 휘발유차나 경유차와 달리 사용에 제한이 있다. 택시나 렌터카, 장애인·국가유공자·독립유공자 차량을 빼면 일반인이 살 수 있는 LPG 신차는 7인승 이상 다목적 차량(SUV를 포함한 RV), 배기량 1000㏄ 미만 경차, 하이브리드차뿐이다. 올해부터 5년 이상 된 중고차도 일반인이 살 수 있는 LPG차로 추가됐다. 이처럼 사용에 제한을 두는 것은 LPG를 서민연료로 봐서 세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한으로 LPG차는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국내 LPG차 등록 대수는 2010년 245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215만대로 6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LPG차 규제로 수요가 적다 보니 LPG차 모델이 다양하지 않고 그 결과 LPG차 구매가 감소하고 있다고 LPG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 LPG차가 재조명받은 계기는 지난해 전국적인 이슈가 된 미세먼지였다. 미세먼지 주범의 하나로 경유차가 지목되면서 LPG차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환경부 조사 결과 LPG차는 미세먼지를 거의 배출하지 않고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경유차의 30분의 1에 불과하다. 미국 영국 호주 이탈리아 등 선진국들도 LPG차에 보조금을 주거나 세금을 깎아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일부 국회의원이 LPG차 규제 완화 법안을 발의했다. 자동차에 대한 LPG 사용 규제를 완전히 풀거나, 현재 7인승 이상으로 돼 있는 RV용 LPG차 규제를 5인승 이상으로 낮춰달라는 내용이다. 올 들어서도 국회 산업위 차원에서 여야 4당 간사 합의를 거쳐 ‘3월 민생법안’으로 LPG차 규제 완화를 추진해왔다.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도 규제 완화에 우호적이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업계도 규제가 완화되면 LPG차 생산을 늘릴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떨떠름한 표정이다. 장기적으로 가스차보다 전기차나 수소차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점, 세수 감소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는 점 등이 산업부가 LPG차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이유다. 기획재정부가 휘발유, 경유, LPG 상대가격 체계에 대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정유업계도 LPG차가 늘어나면 휘발유와 경유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LPG차 규제 완화에 부정적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