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 넘게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이다. 업종별로는 금융업종이 2.8%가량 하락하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오는 23일(현지시간) 트럼프케어의 의회 통과가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와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 표결을 앞두고 켄터키주에서 "건강보험개혁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내년에 켄터키 주민들의 과도한 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의회의 반응은 영 시원치 않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원에서 통과가 된다고 해도 상원에서 통과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공화당 상원 일부가 이번 법률안도 오바마케어와 같은 종류라며 공공연하게 반대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약해지고 있다. 트럼프는 트럼프케어 법안 처리 이후 세제개혁과 규제완화에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법안 통과가 되지 않으면 대부분의 트럼프 성장 정책은 미뤄질 우려가 높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체 예산안은 5월에 공개되겠지만 공화당이 정부 차원의 대규모 인프라 지출에 꾸준히 반대하고 있어 트럼프가 공약한 1조달러 지출이 쉽지 않은 상태"라며 "트럼프의 공약들이 현실과 부딪치며 점점 손이 묶여가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의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국내 증시가 조정을 겪을 수 있다고 봤다. 서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3월 들어 4.15%나 상승하는 등 여타 국가에 비해 상승폭이 컸다"며 "미 증시가 의회 표결을 앞두고 그 동안 상승이 컸던 업종과 종목 위주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된 점도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트럼프의 정책과 공약이 의회와 혹은 공화당과의 마찰이 생길 수 있는 사안은 산재해있다"며 "이러한 경합과 마찰로 증시 흐름이 부정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증권가는 "쉬어가라"고 주문했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외국인의 동향을 파악한 후 매매에 나서라는 조언을 내놓았다. 서 연구원은 "23일 의회 표결과 함께 옐런 의장의 연설을 앞두고 낙폭을 확대하기 보다는 저가매수가 이어질 수 있다"며 "외국인이 매수세에 가담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잠시 쉬어가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