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유커 사라지면서 지난달 매출, 전년 반토막
공항공사 "당장은 어렵다…몇 달간 상황 보고 검토"
22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에서 영업 중인 면세점 사업자 7곳은 전날 인천공항공사와의 간담회에서 임차료를 깎아달라고 요청했다. 간담회는 지난 15일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한 뒤 입국하는 유커 수가 급감하자 면세업계와 공항공사가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대기업 면세점 3곳(롯데, 신라, 신세계)과 중소·중견 면세점 4곳(시티플러스, SM, 엔타스, 삼익)이 모두 참석했다.
면세점 사업자들은 “공항 이용자 수가 줄어드는 것에 비해 매출 감소 폭이 더 크다”며 “한시적으로 임차료를 인하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지난달 하루 9만명 수준이던 인천공항 출국자 수가 이달 들어 6만~7만명대로 30%가량 줄었는데 같은 기간 면세점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중국의 한국 여행 전면 금지 조치가 시작된 지 1주일밖에 안 돼 바로 임대료를 인하해주기 어렵다”며 “최소 몇 달간 방한 유커 수 추이를 지켜본 뒤 임대료 인하가 가능한지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공항공사는 면세점 임대료를 낮춰주면 은행이나 식당 등 다른 입점업체의 임대료도 연쇄적으로 깎아줘야 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면세점업체들은 임차료 인하를 요구하면서도 인천공항공사의 눈치를 보고 있다. 당장 다음달로 다가온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T2) 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인천공항공사에 밉보여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서다. 롯데, 신라, 신세계와 주요 중소·중견 면세점업체들이 T2 면세점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면세점업체들은 홍보 효과와 주요 브랜드에 대한 가격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매출의 40%에 가까운 임차료를 내면서 인천공항에서 영업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인천공항에서 4곳의 면세점을 운영하면서 매출 1조1455억원을 올리고, 매출의 39.4%인 4518억원을 인천공항공사에 임차료로 지급했다. 중소·중견 면세점인 삼익면세점도 매출 대비 임차료 비중이 39.6%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전체 운영비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임차료를 조금이라도 줄여주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