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보아오포럼 못가는 최태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검찰의 출국금지로 23~26일 중국 하이난섬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 결국 갈 수 없게 됐다. SK는 막판까지 최 회장의 보아오포럼 참석을 추진했다. 최 회장이 도주 우려가 없는 데다 지난 18일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도 마무리된 만큼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풀어주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출국금지는 끝내 해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올해 보아오포럼에는 국내 대기업 총수가 아무도 참석하지 못한다.

보아오포럼은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린다. 올해는 아시아 각국 장관, 글로벌 기업 대표 등 2000여명이 참석한다. 중국 재계는 물론 정·관계 인사들과 두루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최 회장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보아오포럼 이사로 활동하는 등 이 포럼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올해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보아오포럼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SK도 중국과의 현안이 적지 않다.

당장 SK이노베이션은 2조원대로 추정되는 중국 석유화학회사 상하이세코 지분 인수전에서 애를 먹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중국에 지으려던 전기차 배터리 공장도 중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한국 업체를 제외하는 바람에 공중에 붕 뜬 상태다. SK플래닛은 지난해 중국 민영 투자회사와 1조원대 투자 유치 협상을 벌였지만 돌연 협상이 흐지부지됐다. 최 회장이 직접 나서고 싶어도 출국금지로 속수무책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부터 3개월 넘게 출국이 금지됐다.

재계에선 “글로벌 시대에 도주 우려가 없는 대기업 총수의 해외 출장을 무조건 막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장도 “수사는 하되 기업 활동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