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 충격'으로 주춤한 사이
정부 지원·막강한 자금력 앞세워 남미·중동 등 20여개국 수출 탄력
중국 원전 기업의 잇단 합병은 덩치를 키워 갈수록 치열해지는 해외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도시바 등 일본의 원전기업이 최근 주춤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중국 원전기업 두 번째 합병
중국의 경제매체 차이신은 CNNC와 CNEC가 전략적 합병을 논의 중이며, 이르면 이번 주말께 합병 추진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21일 보도했다. 두 회사는 국무원 승인이 떨어지는 대로 합병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CNNC는 중광핵그룹(CGN)과 더불어 중국의 양대 원자로 개발 기업으로 꼽힌다. CNEC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링기업으로 1999년 CNNC 건설사업부가 분사돼 설립됐다. 상하이증시에 상장한 두 회사의 합병설은 작년 12월 CNEC 회장 출신인 왕셔우쥔이 CNNC 회장이 됐을 때부터 돌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하반기에 국유기업 개혁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동일 업종의 국유기업 간 합병을 통한 대형화를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차이신은 “그동안 국유기업의 합병은 라이벌 기업 간에 이뤄졌지만 CNNC와 CNEC는 합병으로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2015년에는 국가핵전기술과 중국전력투자그룹을 합쳐 국가전력투자그룹(CPIC)을 출범시켰다.
반면 일본 원전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주춤하고 있다.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미국 원전사업에서 7125억엔(약 7조1250억원)의 손실을 낸 도시바는 지난 14일 미국의 원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의 지분 매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쓰비시중공업은 공사 지연으로 미국 전력회사로부터 7000억엔의 손해배상 요구를 받고 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원전사업을 통합한 히타치제작소도 선뜻 원전사업 확대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해외시장 겨냥한 몸집 불리기
CNNC와 CNEC가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원전 수출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왕 회장은 이달 초 중국의 한 언론사가 주최한 포럼에서 “중국 원전 기업들은 수출을 위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원전 시장은 미국 프랑스 캐나다 기업들이 주도해왔다. 러시아 일본 한국 기업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중국은 가장 후발주자다. 한국이 2009년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원전사업을 수주했을 때만 해도 중국 언론은 “한국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부러워했다.
그런 중국이 최근 몇 년 새 중국 지도부의 활발한 원전 세일즈 외교와 정부의 막대한 자금 지원에 힘입어 해외 원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5년 4월 파키스탄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11월에 아르헨티나 원전 건설사업 참여가 확정됐다.
지난해 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고온 가스냉각 원자로 건설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중동 원전 건설시장에도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영국 남부 힝클리포인트 원전건설 프로젝트의 경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반대로 난관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작년 9월 영국 정부가 관련 프로젝트를 승인함으로써 중국의 참여가 확정됐다.
CNNC는 그동안 중국 정부의 원전 수출 확대정책의 첨병 역할을 담당해왔다. 아르헨티나와 사우디 원전 건설 사업의 주체가 다름 아닌 CNNC다. 이 회사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정책에 발맞춰 중국 남부 푸젠성을 기점으로 중국~남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중국 원전벨트’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여개 국가와 원전 수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신은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CNNC는 원자로와 발전소 건설 사업을 일괄적으로 할 수 있어 해외시장에서 수주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도쿄=서정환 특파원 oasis93@hankyung.com